오정호 대전 새로남교회 담임목사

 도시의 심장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답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가정이야말로 도시의 심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이유는 도시는 그 면적의 크기나 인구 숫자에 따라 그 도시의 궁극적인 행복의 질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도시는 건강한 가정을 기초로 하여 형성된 문화와 생활의 공동체이다. 건강한 가족관계를 누리는 가정이 많을수록 그 도시에는 해맑은 웃음꽃이 만발할 것이다. 필자는 우리의 고장 대전, 충청지역이 우리 모두가 희구하는 행복도시로 우뚝 서기를 소원해본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하는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대전광역시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대전의 하루'라는 부분이 나온다. 대전의 통계자료를 올려놓은 것이다. 대전에서는 매일 24쌍이 혼인한다. 그런데 매일 11쌍이 이혼하는 것으로 통계자료는 알려주고 있다. 이혼하는 가정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예의범절이 반듯한 도시로 이름 높았던 대전이 어느새 상처 입은 가정의 도시, 가정이 깨어지는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어이없고 안타까운 일인가!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흔들리고 깨어지면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나 버린다.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누구든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어떠한 장사라도 심장이상을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법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지식정보산업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가정이 붕괴된 이후에는 어떻게 그 의미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겠는가?

왜 가정이 그렇게도 소중한가? 가정은 사랑의 샘이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 예외없이 마음의 키는 사랑의 자양분을 공급받아 성장한다. 사람이 태어나면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그가 경험하는 첫 번째 공동체의 일원으로 그 몫을 감당한다. 사랑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역시 사랑을 줄줄도 알게 된다. 가정은 이런 의미에서 사랑유통의 센터이다. 가정이 갈라서고 깨진다는 것은 사랑이 유통되어야 하는 현장이 미움과 증오로 변질되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이전과 달리 세상이 변하여 핵가족제도가 정착이 되고, 육아문제의 과중한 짐 때문에 출산마저도 꺼려하는 세상이 되었다 하더라도 가정은 그 고유한 기능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변질된 가족 이기주의가 세상을 뒤덮는다 해도 가정의 생명은 가족 상호간의 사랑에 있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며,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돈을 가지고 집을 지을 수는 있지만, 가정을 세우지는 못한다. 오직 사랑만이 가정을 에덴동산으로 세울 수 있다.

한사람의 가치체계(Value System)는 부모로부터 일반적으로 배우고 익히게 된다.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의미는 한사람의 인격이 형성되어가는 과정 가운데 가치체계에 대한 원리와 기준을 가정으로부터 경험한다는데 있다. 그런데 가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거나 흔들리면, 가족 구성원인 자녀들은 가치체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결정적시기를 잃어버리게 된다.

올해 초 발생했던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탄광 사고 때 매몰되어 숨진 광원 마틴톨러주니어씨는 최후의 순간 가족에게 마지막 남긴 메모지에 이렇게 적었다. "사랑해요. 모두에게 하늘나라에서 만나자고 전해주어요"

가정이야말로 지상 최후의 안식처이다. 영원히 존귀하게 보존되어야 할 축복의 땅이다.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무한가치의 보고이다. 사실 우리 모두가 인생최후의 시간에 힘을 다하여 소리 높여 부를 이름은 가족의 이름이다. 그런데 우리의 가정이 여러 가지 바이러스 때문에 병들어 신음하고 있다. 우리 이웃의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가정의 신음소리를 그치게 하고, 흔들리는 가정을 다시 반석위에 세우는 묘약은 사랑이다. 사랑이 해답이다. 창조주의 사랑, 부모의 사랑, 형제자매의 사랑, 스승의 사랑이 사람을 살린다. 도시의 심장인 가정을 사랑으로 새롭게 하여 행복도시를 세워가기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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