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산업구조는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많아 FTA 체결로 인한 피해가 일부 분야에 국한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농업만은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일 뿐 아니라 우리의 최우선 보호품목에 대해 유달리 강한 면모를 갖고 있다. 미국 농산물 가격이 국산과 비교(2002~2004년 기준)할 때 쌀 22.5%, 콩·참깨 8.8%, 냉동쇠고기 27.9%라는 농협 발표에서도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미 각종 농업 관련 연구를 통해 한-미 FTA로 인한 농업부문의 생산 감소가 최소 1조원대에서 최대 8조 8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제시된 바 있다. 국내 농업부문의 국내총생산(GDP) 추정액이 20조원인 점에 비춰볼 때 "우리 농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농민단체의 주장이 결코 틀린 얘기가 아니다. 농업의 초토화(焦土化) 위기가 이제 눈앞에 도래한 셈이다.
그렇다면 FTA협상 과정에서 주요 작물을 '예외 품목'으로 인정받거나 관세율 인하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등 피해감소 노력과 더불어 농업 보상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유예기간 동안 구조적으로 취약한 우리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강화시켜나가느냐가 관건이다. 119조원의 농촌 투·융자 계획 등 농업대책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보완을 통해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로 연계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측이 이미 '예외 없는 포괄적 협정'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번 협상 과정에서는 "쌀은 개방하지 않는다"는 등 호언하다 오히려 후유증만 증폭시키는 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협상 청사진과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