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어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한·미 FTA가 성사된다면 향후 10년간 양국간 교역품목 90% 이상이 무관세화 돼 사실상 우리 경제는 전면개방시대를 맞는다. 미국 시장의 접근이 수월해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상당한 경제적 이익 창출과 함께 경제적 체질 개선, 외교·안보 강화 등의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경쟁력 취약 부문에선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효과는 극대화하되 피해는 줄이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한국과 미국의 산업구조는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많아 FTA 체결로 인한 피해가 일부 분야에 국한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농업만은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일 뿐 아니라 우리의 최우선 보호품목에 대해 유달리 강한 면모를 갖고 있다. 미국 농산물 가격이 국산과 비교(2002~2004년 기준)할 때 쌀 22.5%, 콩·참깨 8.8%, 냉동쇠고기 27.9%라는 농협 발표에서도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미 각종 농업 관련 연구를 통해 한-미 FTA로 인한 농업부문의 생산 감소가 최소 1조원대에서 최대 8조 8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제시된 바 있다. 국내 농업부문의 국내총생산(GDP) 추정액이 20조원인 점에 비춰볼 때 "우리 농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농민단체의 주장이 결코 틀린 얘기가 아니다. 농업의 초토화(焦土化) 위기가 이제 눈앞에 도래한 셈이다.

그렇다면 FTA협상 과정에서 주요 작물을 '예외 품목'으로 인정받거나 관세율 인하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등 피해감소 노력과 더불어 농업 보상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유예기간 동안 구조적으로 취약한 우리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강화시켜나가느냐가 관건이다. 119조원의 농촌 투·융자 계획 등 농업대책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보완을 통해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로 연계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측이 이미 '예외 없는 포괄적 협정'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번 협상 과정에서는 "쌀은 개방하지 않는다"는 등 호언하다 오히려 후유증만 증폭시키는 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협상 청사진과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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