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청원 국립중앙과학관장

 우리 선조들은 불을 매우 소중히 다뤘다.

어느 집이나 안방에는 반드시 화로를 두고 가장이 직접 불씨를 보관하며 부젓가락으로 어린 아이 다루 듯 불씨를 매우 조심스럽게 관리했다.

불씨를 꼭꼭 누르거나 들썩이면서 공기량을 조절하는 기술은 현대 에너지과학의 원리가 물씬 배어있다.

화로(火爐)에는 놋쇠, 도자기 또는 철 등 재료에 따라 열전도 및 대류가 다양한 열역학의 신비가 담겨있다.

아름답게 장식해 방안의 분위기와 색감을 꾸미는 기능성에서는 과학문화가 엿보인다.

한옥(韓屋)은 부엌의 아궁이와 방의 온돌이 상호 연결돼 화력(火力)을 최대한 활용하는 원리로 지어졌다.

온돌은 김치와 함께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장하는 독특한 우리 고유의 가옥난방 기술이다.

아궁이에서 굴뚝까지 불길이 잘 빠져 나가도록 설계하고 지역과 계절에 따른 바람의 세기와 풍향에 맞도록 설치하는 공법은 기상과학을 실생활에 응용한 실례이다.

불길 위에 얹는 구들장은 튼튼하면서도 오랫동안 열에너지를 보존하는 소재를 골라 쓰는 재료과학의 효시다.

일찍이 우리 민족은 불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열효율을 극대화하는 과학적 슬기를 지녀왔던 것이다.

불은 에너지의 근원이며 에너지의 이용은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바꿔온 요체이다.

17세기 산업혁명 이후에는 석탄과 석유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됐고 이를 화석연료 또는 제2의 불이라 부른다.

20세기 과학기술의 발달은 제3의 불인 원자력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우라늄 1그램에서 나오는 에너지양이 석탄 3t과 같은 경이로운 신과학이론이 현실화 됐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우리의 삶도 에너지를 다량으로 쓰는 구조로 바뀌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우리 나라는 에너지 사용량 면에서 세계 10위권에 속해있으며 원자력발전소를 자력으로 건설하는 세계 6개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원유수입 규모 500억 달러라는 우리의 현실은 에너지 확보라는 절대적인 명제를 던져주고 있다.

미래는 과학기술에너지 시대이다.

과거와 같이 에너지를 자연자원에 의존하는 형태는 머잖아 사라질 것이다.

에너지원이 누구나 어디서나 얻을 수 있는 재료로 바뀔 것이다.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수소에너지, 핵융합에너지, 우주에너지가 그 예이다.

수소에너지는 지구상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물에서 에너지를 얻고 연소된 후에는 물로 다시 환원되는 청정에너지로 자연친화적인 꿈의 에너지로 불려지고 있다.

핵융합에너지는 인공태양과 같은 것으로 현재의 원자력에너지 보다 천배 이상의 열량을 제공한다.

우주공간에서 우주에너지를 수집해 지구에 전송하는 신기술도 시도되고 있다.

미래 과학기술에 근거한 차세대 제4의 불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나가야 하는 소명이 여기에 있다.

우리 나라의 초전도핵융합기술은 선진수준에 도달해 미, 러, 중, EU 등과 공동연구 파트너 관계가 맺어진 단계이다.

우주분야는 머잖아 우리 땅에서 우리의 로켓이 발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우수한 과학기술인들은 신과학기술 혁신을 끊임없이 창조하고 인류의 앞날을 비치는 횃불을 훨훨 타 올릴 것이다. 국가 과학기술력 혁신으로 명실 공히 에너지자립이 이룩되고 나아가 에너지 강국, 에너지 수출국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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