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수준인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2004년 1.16명)을 끌어올리려면 직장보육시설의 확충 방안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 중 하나이다. 직장에 다니는 저소득 기혼여성의 60%, 고소득 기혼여성의 40%가 첫 아이 출산 후 퇴사했으며 그 이유 중 60% 이상이 자녀를 직접 키우거나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만 봐도 그렇다. 직장 여성들에게 질 높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달 말부터 직장보육시설 설치 기준이 기존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에서 '남녀 500명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충청권만 해도 의무적으로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거나 보육수당을 지불해야할 사업장은 기존 32개에서 71개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직장여성들의 자녀 양육에 따른 마음고생을 다소나마 덜게 될 것이다. 더불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고, 남성과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됨으로써 남녀 양성평등 사회를 구현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사업주들이 정작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충청권에서 '근로자 500명 이상' 기준 사업장 71개 중 의무규정을 준수하고 있는 곳은 21업체에 불과하다. 대전은 그나마 13곳이 운영되고 있으나 충남과 충북은 모두 8곳뿐이어서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직장여성들의 보육환경도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 시설 설치비용의 저리융자 등 현재 인센티브 위주의 정부정책만으로는 직장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법적 강제력 보완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처벌조항' 없이 사업주의 의지에만 맡기기에는 직장여성을 배려하려는 우리사회의 철학이 아직 빈곤하기 때문이다. 사업주가 직장보육시설 설치에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세제혜택 등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직장보육시설 설치는 배려나 선심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사항이라는 인식의 확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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