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마지막 남은 달력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나에게도 올해는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3년째 같은 자리에서 일을 하다보니 타성에 젖어 찾아오는 상담자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형식적인 상담과 취업을 알선했던 일도 있었고, 11월 취업박람회를 보면서 이 지역에 취업 희망자가 그토록 많음을 실감하기도 했다.

당진터미널에 있다보니 오가며 찾아와 살아가는 얘기, 가족 애경사, 이웃집 일들까지 시골 정서적인 많은 소식들을 접할 수도 있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누구든 찾아와 도움의 손길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 중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우리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분인데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상담실에 한 달이면 서너 번 찾아오는 서른 살의 정신지체 장애우가 있었다.

간절히 일하길 원하지만 어디든 쉽게 문을 두드리기가 어렵고 하루하루 시간만 보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종합복지관이나 쉼터 같은 곳이 이들을 반기겠지만 우리지역 현실로는 그 문제도 풀어야할 숙제다.

또 하나는 이직율이 다른 곳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것이다.

취업돼 고맙다고 전화가 오고 일주일 쯤 지나면 다른 곳에 취업하고 싶다고 찾아온다. 이유야 많겠지만 현장이 위험하다, 임금이 적다, 거리가 멀다 등등 많다.

그래도 가벼운 일을 할 수 있어 청소나 가사도우미 일을 찾아주면 감사하다고 말할 때는 정말 보람도 느꼈다.

소외되고 힘들고 아픈 사람들이 모든 고통을 올해가 가기 전에 털어버렸으면 하고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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