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수

지하철이 땅 속을 다니면서부터 지하공간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터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차를 타고 쇼핑을 하고 음식을 먹으면서도 '이 공간에 만약 전기가 끊어진다면? 이 공간에 불이 난다면?'이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산다.

언제나 대낮처럼 환한 공간은 그런 어두운 생각들이 발을 디디지 못하게 해 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구 지하철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화재사고가 일어났고 전기가 끊어진 지하공간은 죽음의 공간으로 변했다.
사망한 피해자 가족들은 '왜 하필 내 가족이 탄 차에 이런 일이 발생했느냐'며 몸부림을 쳐야 했다.

지하공간에서 안전사고가 터졌을 경우 지상공간보다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그래서 지난달 18일은 우리 나라 지하철 역사가 새로 쓰여지기 시작한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동안 지하철은 신속과 편안함이라는 가치를 우선 내세웠으나 이제는 안전을 우선시하게 됐고 예산절감이라는 미덕보다는 '사고에 대비한 최고의 품질'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대전 지하철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한 시공을 첫째 가치로 내세우며 공정을 진행시키고 있다. 불에 잘 타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그동안 지하철 전동차에 사용해 왔던 난연재는 화재발생시 독가스를 배출시켜 희생자가 많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이번 사고를 통해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불연재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구조 및 기능상 불연성 재료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자기소화성 재료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환기용 송풍시설을 완벽하게 갖추는 한편 전기공급이 끊어질 경우에 대비해 축전지도 최고의 품질로 갖춰놓을 계획이다.이런 의미에서 대구참사는 전동차 제작 및 지하철 공사완공을 앞둔 대전시 모범답안을 제시해 준 사건이었다.

현재 대전 지하철은 1호선 1단계 구간인 동구 판암동에서 정부 대전청사까지는 토목공사가 83%의 공정률을 보이며 토목 구조물을 거의 완료했다.

올해에는 철도레일을 설치하고 정거장 건축공사를 추진해 2005년까지는 준공할 계획이다. 정부 대전청사와 유성구 외삼동까지인 2단계 구간은 2006년에 완공된다.

여기까지 지하철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시민들의 협조 덕분이었다.

공사로 인한 교통체증과 도보환경의 열악이라는 고통을 감내해 주신 시민들에게 우리는 최고의 품질 지하철 완공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오는 2006년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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