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상 충북도 기초생활담당

 얼마전 영동에 사시는 한 70대 할머니가 충북도에 진정서를 냈다. 생활이 궁핍하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도록 해 달라는 내용이다. 할머니는 어린시절을 유복하게 보냈지만 40대 초반에 이혼한 뒤 홀로 네남매를 키웠다고 한다.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지금껏 살아왔지만, 최근 들어 병원 출입이 잦아지면서 아들이 매달 주는 생활비 20만원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형편은 이해가 되지만 수급자로의 책정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는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없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빈곤층에게 국가가 급여를 지원함으로써 기본적 생활을 보장해 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이 할머니처럼 어렵게 살아가면서도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차상위 계층)이 많이 있다. 이들의 생활정도는 수급자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빈곤하기 그지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현행 제도를 보면 좀 모순된 점이 적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생계급여를 비롯해 의료·교육·주거급여 등 각종 혜택을 주면서도 근소한 차이로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에게는 혜택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충북도에서는 지난 9월 5일부터 10월 14일까지 도내 저소득층에 관한 일제조사를 실시해 2400여 가구, 4000여 명에게 혜택을 줬다. 600여 가구를 기초생활수급자로 신규 책정했으며, 1800여 가구에 대해서는 차상위 의료급여와 공동모금회 성금 등으로 지원했다. 앞으로도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보호책을 강구할 계획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들어 보건복지부에서 차상위 계층에 대한 별도의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지난 9월초 기초생활수급자 중 부정수급자가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도에도 보건복지부로부터 명단이 통보돼 일부를 수급자 명단에서 제외시키기도 했지만 위장 빈곤자가 있다는 것에 대해 불쾌하기 짝이 없다.

문제는 수급신청자나 부양의무자들이 소득을 축소하거나 재산을 은폐하는 데 있다고 본다. 현재 겉으로 드러나는 소득이나 재산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만 자영업자의 소득추계라든지 은폐한 재산을 찾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말에 따르면 부양 의무자가 관내에서 자영업을 하는 경우는 그래도 좀 파악이 가능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하는 경우엔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명의 도둑을 열 명이 잡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는 부정수급자의 근절을 위해서는 행정기관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도민 모두가 감시자가 돼 의혹이 있을 경우 신고를 통해 지역에서는 단 한 명의 위장빈곤자도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유한 이들의 욕심 때문에 보호받을 권리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하고,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건강한 기초생활보장제가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현재 검토중인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이 조속히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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