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과 4일에 걸친 폭설로 충청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교통대란이 빚어졌으며, 시민들이 통행에 큰 불편을 겪었다. 많은 눈이 내렸으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방재당국의 제설작업이 주요 간선도로 등 대로(大路)에 집중되면서 한적한 도로에 쌓인 눈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제한된 인력과 예산 등으로 한계가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폭설로 인한 피해가 해마다 되풀이 되는 것은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철저한 제설대책을 마련했어야 옳다.

우리의 시민의식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예외는 있었지만 내 집 앞이나 골목길에 쌓인 눈 치우기에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반 주택가는 물론이거니와 아파트 등 공동주택도 대부분 경비원들만 제설작업에 동원됐을 뿐이다. 개인 이기주의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팽배해져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고도 우리가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시민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인가.?

오죽했으면 각 지자체가 지난 1월 국회에서 개정한 '자연재해대책법'을 근거로 내 집 앞 눈치우기를 '조례'로 제정했거나 입법추진하기에 이르렀겠는가. 사실 따지고 보면 뒷골목의 눈까지 공공기관에서 치워주기를 바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내 집 앞에 쌓인 눈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은 물론 가족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이제라도 우리의 전통 미덕인 협업(協業)의 정신을 살려 내 집 인근에 쌓인 눈은 마을 사람 공동으로 치우겠다는 마음가짐을 다 잡아야 할 때이다. 안전도시는 주민 스스로 참여하는 길 이외에 왕도가 없다.

정부나 지자체도 '내 집 앞 눈치우기'를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시민의식은 법적 제재만으로 고양될 수 없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국민홍보는 물론이거니와 인센티브 제공 등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제설(除雪)체제 보강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조금만 눈이 쌓여도 주요 도로가 막혀 엄청난 불편을 초래하는 상황에 대한 개선 없이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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