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 대전 동구의회 의원

특종보도를 잘 하기로 유명한 미국의 CNN방송의 뒤에는 기자들 못지 않는 열정과 프로의식이 겸비된 파파라치들이 있다.

이들은 이라크 바그다드의 빌딩 옥상에서 날아다니는 포탄을 마치 곤충채집을 위해 잠자리 채를 아무렇지도 않게 휘둘러대는 초딩들처럼 무모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이애나비의 염문을 쫓기 위해 운전중에는 휴대폰 조차 사용하지 말라는 우리네 교통법규 같은 건 애들 장난이라는 듯 오토바이로 쾌속질주를 하면서도 양손으로 카메라의 앵글을 맞추는 과격함도 있다.

그런가 하면 금년 4월에 서거한 요한 바오르 2세의 근황을 담기 위해 지난 81년 피격 이후 병세가 악화될만 하거나, 급기야 선종을 앞둔 5년전 부터는 아예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 근처에 기거 하면서 오로지 이에 전념하는 인내어린(?) 투지도 보여준다.

역사가 자극의 산물이듯이, 자극적인 유명 인사나 사건 뒤에는 이들을 부각 하거나 각색해 먹고 사는 부류들도 많은 법이다.

그런데 이렇다 보면 아이러니 하게도 후자에 의해 전자가 되레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왕실이 개입 되었다는 미스터리가 덜 풀리긴 했지만, 한때 파파라치들을 피하려다가 다이애나비가 과속사를 당했다는 설득이 그렇다. 또 요한 바오르 2세의 서거를 장기간 지켜보는 광경은 어쩌면 서거를 전제로 한 과잉 취재 열기로 해석될 수 있어 비난받을 수도 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얼마전 대전시 모 단체에서 주관하는 효자효부 시상식장에서 받은 씁쓸한 기억은, 글쎄 이를 열정이나 프로의식 이라고 좋게 웃어 넘길 수 없는, 분명 사안에 따라서 '한계'라는 게 그어질 수 있는 것이 있다.

즉 그 사회의 문화지평이나 에토스가 허용 하는가를 묻는 것이다.

대개 효자효부라면 하늘이 낸다고 하지만, 막상 상을 받는 이들은 이러한 상을 꺼려한다.

효행을 실천하다 보니 효행의 길이 너무도 멀다 함을 깨달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상식이 끝나고 식장을 나서는데 양옆으로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늘어서서 무언가를 열심히 물어 적으며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다.

무언가 하니, 상조회에서 나와 홍보물을 배포하며 수상자들의 연락처를 묻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효자효부라면 얼른 생각해도 연세가 늬엿 늬엿한 부모를 모실테고, 조만간에 사별을 할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도록 잘 모실 것인가를 실천하는 효행자들에게 이 무슨 해괴망측한 상행위란 말인가?

이런 행위들을 몇몇 사람이 질책하는 것만 보아도 그러한 상혼이 우리의 정서에 반하는 것임을 알게 해주며, 정서를 이반한 상혼은 결코 프로의식이나 열정의 선상에 설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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