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구 대전시교육청 부교육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초겨울의 진입로는 전국의 입시생과 가족은 물론이고 교육 현장의 선생님들까지 하나가 되어 치러야 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입시 홍역으로 우리를 긴장시키며 추위의 체감온도를 더욱 내려가게 한다.

학교교육의 성취도와 만족도는 평소 학교교육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학부모나 수험생의 입장에서 볼 때 개인별 성취도나 만족도는 대입수능시험의 결과를 통해 측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수능시험이 수험생 개인의 장래를 결정하며, 12년 동안 수학한 보통교육의 성취도를 측정하는 것으로서 큰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이하여 수요자 중심의 창의성 교육을 강조하는 소리가 교육 마당의 의례적인 화두가 되어온 지 오래고,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출발한 7차교육과정의 정착을 위해 현장의 선생님들은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특히 오는 23일에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7차교육과정의 성공적 정착을 판가름하는 주요 잣대가 되는 시험으로서, 그동안 대전교육이 기울인 모든 노력이 훌륭한 결실로 맺어지리라 확신한다.

수험생의 오늘이 있기까지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던 학부모님에게 먼저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디언 격언에 '우리가 사는 땅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식들에게 빌린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땅의 주인은 기성 세대가 아니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학부모님께서는 자녀의 입시 뒷바라지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시고, 이 땅의 주인은 궁극적으로 그들 것임을 깨닫고, 그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 그들의 희망과 선택을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말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수험생 여러분이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돌부리에 걸리는 학습의 고비가 있었을 것이다.

고통을 즐거움과 도전의 에너지로 삼으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때, 진학의 결실을 맺기 위한 여러분의 인내가 인생의 찬란한 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

우리 사회는 수험생이 수능시험 후 그들의 진로가 결정될 때까지 기나긴 시간을 건강하고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도록 건전하고 바람직한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 수능시험결과에 따라 학생의 적성과 희망을 고려한 대학입학을 지원하고 그에 따른 면접과 논술시험 등 다양한 입시전형에 대비하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논술과 면접을 입시를 위한 전략과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자기 발전을 위한 학습기제로 삼았으면 한다. 이웃과 사회를 배려하는 독서와 논술학습은 더불어 사는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대학입시에 한해서 우리 사회는 모두가 수험생이고 수험생 가족이다. 손가락 장갑보다 벙어리 장갑을 꼈을 때 더 따뜻한 이유는 손가락 사이에서 발생되는 열이 한데 모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벙어리 장갑 속에 모아진 손가락들처럼 학부모와 선생님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한마음으로 뭉쳐서 그들을 격려해 줄 때, 그들은 수능 겨울을 훨씬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시험장을 향하여 의연히 가는 수험생에게 따뜻한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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