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 대전문인협회 회장

"딩동댕!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셨습니다."

"땡! 아쉽습니다. 다음 분을 모시겠습니다."

모 방송국의 노래자랑 프로를 시청하면서, 가끔은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오락 프로는 그냥 재미있게 감상하면 그 뿐일 터이지만, 특정 아이템을 개인의 일상사에도 견주어 본다. 때로는 문화 예술 활동과 견주어 보게도 되는데, 이는 단체의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대전문인협회에서는 2005년에 문학지 발간, 문학기행, 한밭전국백일장, 애향 시화전, 시낭송대회, 심포지움 등 문학 발전을 위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이제 연말을 맞아 스스로 반성하며, '우리가 한 일이 땡일까, 딩동댕일까' 옷깃을 여미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딩동댕!' 인사를 드린다.

이럴 때면, 은사님께서 친히 주신 족자에 있는 '내 탓, 네 덕'이라는 잠언이 형형한 빛으로 다가선다. 어떤 일에서 잘못이 드러나면 남을 원망하지 말고, '내 탓이요, 내 탓이요' 자신을 반성하라셨다. 또한 조금이라도 잘된 일에는 '덕분입니다. 덕분입니다. 당신의 덕분입니다'라고 공을 돌리라셨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크고 작은 문학행사는 우리 문인협회 가족들의 사랑과 협조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겠다. 자신의 바쁜 일을 미루어두고, 기쁜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한 임원들의 열정과 노고에 바탕한 것임을 알겠다. 동시에 공기관의 능동적인 협조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음도 알겠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23회 한밭전국백일장'은 대전시청의 남쪽 광장인 시민마당 너른 뜰에서 고운 시심을 겨루었다. 문화예술과 담당 공무원이 나와서 행사진행을 도왔다. 휴일에도 쉬지 않고 도와준 분들께 미안함, 감사함, 상찬하는 마음으로 '딩동댕!'을 울린다.

시와 그림을 아름답게 조화시켜 전시하는 '제15회 애향 시화전'을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 1층 전시실에서 개최하고, 명사초청 시낭송축제를 대극장에서 열었다. 예술문화에 대한 관장의 적극적인 협조, 대극장 근무자들의 자발적인 봉사에도 상찬의 박수로 '딩동댕!'을 울린다.

시(詩)를 사랑하는 고운 심성을 배양하기 위해 '제6회 한밭시낭송전국대회'를 대전시교육청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교육적 차원의 행사라서 그랬을까, 실무진의 봉사자세에 머리를 숙인다. 크고 작은 일들에 쏟아준 능동적인 협조에 마음의 상을 드리며, '딩동댕!'을 울린다.

사생활을 뒤로하고 시민에 봉사하려는 공무원들의 선공후사(先公後私)에 감사드린다. 그러나 모든 기관의 공무원들이 모두 '딩동댕'을 받도록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것은 아닌 성싶다.

충청권의 소설문학 발전을 위한 '제12회 대전문학 심포지움'을 시립○○○ 강당에서 개최하려고 추진했다. 접근성과 인접예술 분야의 관련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당일 대관이 가능함을 확인하고, 공문으로 대관을 신청하였지만, 구두로 불가 통보를 받아 장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 퇴근 시간 오후 6시에서 1시간이 초과된 행사라서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 후 관장으로부터 시립○○○ 운영에 대한 해명을 들었지만, 불편한 마음은 여전하다. 몇 년 전, 다른 관장이 근무할 때, 명사초청 시낭송회를 3일간 연속하여 오후 9시까지 열었던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동일 기관인데도,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변태(變態)를 긍정해야 할까, 부정해야 할까?

오늘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그리고 뜻을 모아 운영하는 단체의 활동에 대하여, 더불어 우리와 이웃하여 도와주는 기관과 사람들에 대하여, 고마운 마음으로 '딩동댕'을 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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