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국민연금관리공단 대전지사장

지난 60~70년대 우리나라의 국민적 화두는 '잘 살아보세'였다.

절대빈곤의 시대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것이야 말로 두 말 할 것도 없이 그 시대가 해결해야 할 절대과제였던 것이다.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식생활, 의료접근도 등 생활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잘 살게'된 결과 국민의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났고 동시에 실시한 가족계획의 성공으로 인구증가율은 현저히 떨어졌다.

현재는 부부당 출산자녀의 수가 1.17명으로 줄어들어 세계 최하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특수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우리사회를?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한 바 없는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내 몰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다.

우선 우리와 같은 급격한 인구 노령화를 경험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정책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교훈이나 경험을 배울 곳이 없었고, 국민들도 전통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의 이행과정이 매우 짧아 이에 대한 대책이나 문화적, 사회적 경험이 전혀 축적되어 있지 않다.

특히 노후생활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자식에게는 기대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은퇴 후 노후생활에 최소한 얼마의 수입이 있어야 하는지,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여가나 취미생활은 어떻게 할지 등 노후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는 추상적이거나 아예 없는 것이 현실이다.

두말할 것 없이 노후준비 중 제일 기초적이고 중요한 것은 '돈'이다. 건강, 취미, 교우 등 어느 것 하나 돈 없이 해결 할 수 있는 것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부부를 위한 노후준비 자금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 것일까?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어느 정도 품위유지를 하고 살려면 집 한 채 외에 3~4억 원 정도의 가욋돈이 있어야 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문제는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이 조사에서 대부분은 저축, 개인연금, 부동산 등을 꼽았다. 하지만 직장인의 저축가능 금액은 소득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그것도 자녀들의 교육비가 본격적으로 지출되기시작하는 40대 중반까지이다. 40대 중반이 되면 자녀 교육비 지출로 저축은커녕 까먹지 않으면 다행이다. 결국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 은퇴이후에 필요한 돈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얼마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0대의 49%, 30대의 65%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요즘 젊은 세대의 현명함에 새삼 놀랐고 그냥 앞만 바라보고 달리다 돈도 모으지 못한 채 퇴출을 앞둔 40, 50대가 안쓰럽다. 다행히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정부는 88년부터 국민연금을 도입하였고 현재 150만 명이 연금을 받고 있다. 아직은 가입기간이 짧은 분들이 많아 연금지급액이 노후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가입기간이 20년이 되는 2008년 이후의 수급자는 노후 생활비의 상당부분을 안정적으로 국민연금으로 해결하게 된다. 은퇴후 안정적인 삶을 위해 직장인은 국민연금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도입될 기업연금과 개인연금,저축 등 금융상품가입으로 대비하면 될 것이고, 자영업자는 국민연금의 비중을 좀 더 높이고 그 위에 개인연금. 저축 등 금융상품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당신의 노후 준비는 빠를수록, 그리고 구체적일수록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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