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봉 청주시의회 운영총무위원장

문화는 과거의 축적위에 성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존재하는 것은 앞으로 몇 백 년, 몇 천 년 이어져가는 역사의 연속선상 그 어디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것을 전수(傳受)받은 우리는 그것을 다음 세대로 또다시 전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을 역사의 릴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의 뜻과 가치를 찾아내어 다시 활용하는 것을 '르네상스'라고 표현한다. 지나간 시절의 좋은 점을 다시 살린다는 것은 하나의 새로운 창조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역사와 전통, 문화재는 크나큰 재산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재산을 지금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지역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관건이 된다. 그렇지만 지역에 잠재하고 있는 품격 있는 각종 가치관도 현대사회에서는 점차 망각되어 가고 있고, 지역의 고유한 관습마저도 도시화의 와중에서 점차 희미한 그림자처럼 사라져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역사적 문화유적의 보호, 그리고 지역사 연구를 도모하고 역사 속에서 선인들의 생활을 되살펴봄으로써 현대인의 생활 가운데 살아있는 다양한 가치관을 재검토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지역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교훈과 지침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문화유산이란 한 시대정신의 결정(結晶)이요, 역사의 거울이다. 그러므로 문화유산은 우리에게 지난 일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앞길을 비춰주는 등불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역사 속에서 이러한 교훈을 찾으려는 역사관(歷史觀)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가 건조물을 보존하고 지역의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려는 작업도 별의미가 없어진다.

과거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활용하려는 '역사관'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을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그 땅위에 축적된 역사의 깊이와 두께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깊이는 새삼스레 큰 매력을 발하며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동시에 향토의식(鄕土意識)의 근원을 형성하면서 지역의 연륜(年輪)을 나타내는 귀중한 역사적 유산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역의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목적은 이처럼 단순히 역사적 유물로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미래의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서이다.

역사의 '보존'이란 냉동고(冷凍庫)에 물건을 넣는 것처럼 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재 보존이 냉동문화가 되도록 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보존이란 지극히 창조적인 행위이다.

그렇다면 우리 고장 청주는 어떠한가? 청주는 정보화 사회의 선진도시이다. 왜냐하면 청주는 정보혁명의 세 번째인 금속활자 발명을 대표하는 '직지'를 인쇄한 교육·문화도시이다. 그리고 네 번째인 컴퓨터 발명의 대명사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하이닉스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긍지와 자긍심을 갖고 키워낼 수 있는 정체성과 인프라를 갖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기본조건을 가진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흔치 않을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와 정보산업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청주가 지향해야할 방향은 정해졌다고 보인다. 문화에서의 '직지'와 정보산업으로써 반도체는 정보의 전달수단으로써 일맥상통하며, 청주의 정체성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가 될 것이다.

이제 청주는 600여 년 전 우리 조상들의 금속활자로 '직지'를 인쇄하여 지식정보를 공유하는 창조정신과 나눔의 정신을 보였다면 현재를 사는 우리는 창조정신과 나눔, 공유의 정신을 계승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무엇을 넘겨주어야 할까 고민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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