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순익을 올리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수익의 지역사회 환원엔 도통 무관심이라니 씁쓸하다. 심지어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금이 전무한 은행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은행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이 나올 만 하다. 비단 은행뿐만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거둔 수익의 일부는 지역에 환원하는 게 정상이다. 더 이상 은행들이 공공성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현재 시중 은행의 순익은 6조3000억원에 달하나 기부총액은 515억원으로 순익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지출비용이 평균 6%대인 점에 비춰 봐도 비교가 안 된다. 사사건건 중앙 본점의 하달을 받아야 하는 지역 은행들의 형편은 더욱 열악하기 짝이 없다.

대전·충남지역에서 35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지난 3/4분기 중 예금과 대출이 전년대비 각각 2조원 이상 늘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사회적 공헌도는 보잘 것 없다. 각종 자선단체들에 대한 기부조차 힘든 상황에서 지역사회 개발 자금을 내놓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예산 대부분이 본점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집행돼 지역에 환원을 하고 싶어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순익을 올리고 있는 건 스스로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국민의 혈세가 은행 살리기에 투입돼 재기한 셈이다. 그런데도 막대한 이익만 챙기고 사회적 책임은 나 몰라라 해서야 되겠는가. 이러니 지역을 기반으로 한 향토은행의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광주·전남지역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광주은행 인수 작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시티은행과 같은 국내진출 외국계 은행들은 해마다 보고서를 통해 지역사회 공헌도를 직접 공개하고 있다. 이렇듯 금융선진국일수록 지역 재투자법 등을 통해 수익의 일부는 지역에 환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역을 영업기반으로 삼아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면 응당 지역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게 도리다. 이제라도 금융권은 이익 내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이익의 사회 환원에 눈을 돌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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