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섭 충북도의회 의원

'공공기관 이전만이 우리 지역이 살길이다'라는 피켓과 현수막들이 산과 들을 막론하고 숨 막히듯 현란하게 걸려 있다. 이젠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문제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목적이 아니라 지역간에 사활을 건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했다.

'혁신도시 유치가 아니면 지역의 미래는 없다', '공공기관만이 살길이다'라고 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충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충북민들은 이런 행태에 동화되고 휩쓸려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만약 그러한 사고로 접근해 간다면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서로가 할퀴고 간 상처와 분노의 응어리들뿐일 것이다.

비근한 예로 한 동안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와 관련 전북 부안군민의 찬반세력간 극한 갈등으로 군 전체가 평정을 잃고 싸움의 아수라장이 되고, 급기야는 군수가 폭행당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는가. 게다가 방폐장 유치가 무산되도 다시금 경주, 포항, 영덕, 군산 등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과 3000억 원 지원 등의 인센티브 제시에 대한 방폐장 유치를 위해 주민들은 또다시 찬·반으로 양분돼 자치단체와도 갈등이 심화되고 진정될 줄 모르고 있다. 이 얼마나 무모하고 비생산적인 싸움인가. 이것이 과연 지역발전을 위한 투쟁인 것인가.

이제 우리는 혁신도시유치와 공공기관이전에 대하여 좀 더 객관적이고 실리적인 면에서 보다 심사숙고 해야만 할 것이다.

충북으로 이전하는 12개 공공기관이 과연 충북을 혁신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인가. 필자가 알기로는 광주시로 이전되는 공공기관은 197억원, 전북은 176억원, 경북은 109억원 등 큰 규모의 세입효과가 발생되어 지역발전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충북으로 이전되는 공공기관은 고작 11억원으로 광주에 비해 턱없이 적을 뿐 아니라 인구 유입 또한 2300명 남짓할 뿐이다. 즉 명색이 공공기관 이전이지 지역혁신을 기대할 만큼 이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함에도 충북은 전국 최하위의 수준인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자치단체간 파열음은 자정되지 아니하고 서로가 반목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으니 심히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혁신도시건설'은 정부에 반납하고 다른 방안을 모색함이 좋을 듯하다.

충북은 예로부터 충절의 고장으로 호국을 위하여 분연히 일어나 화합 단결하였으며 대(大)를 위하여 소(小)를 희생할 줄 아는 선비의 고장이다. 그러므로 '눈앞에 놓인 작은 치즈'에 대한 아집을 버리지 못하고 분열되고 산산이 흩어지는 것은 충북인의 모습이 결코 아니다.

더 크고 중요한 일을 위해 노력하고 정체성을 확고히 해 상생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충북의 위상과 비전은 더욱 밝게 할 것이다.

눈을 부릅뜨고 더 크게 보면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가 보일 것이다.

필자는 이제 충북인의 이름으로 정부에 촉구하고자 한다. 정부는 단순히 가시적 발상으로 사방에 들끓고 있는 현실에 십분 책임을 줘야 할 것이며 이제라도 온 국민이 분열과 갈등만 초래하고 있는 혁신도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도민 모두가 고루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정부는 혁신적인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지역의 화합과 상생의 기반을 토대로 추진해 나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을 깊이 이해하고 국가균형발전정책을 펼쳐나가길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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