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국제화 프로그램'에 5년간 1000억원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KAIST를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러플린 총장의 계획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계획대로면 공학·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 37위에 머물고 있는 KAIST가 2015년에는 10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는 국내 이공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지난 4월 확정된 KAIST의 '비전 2005'에 당위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KAIST는 입학예정자가 입학 전 4개월간 리더십 훈련, 영어 집중코스, 봉사활동 등 6단계 프로그램을 거치도록 제도화하고, 업무 분장에 의한 경영 전문화를 위해 '3인 부총장 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금융 전문가 육성을 위한 금융전문대학원 우선협상기관으로 선정됨으로써 교과 과정의 다양화를 통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인프라 조성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KAIST가 시대 흐름에 걸맞은 '진화(進化)'에 나선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 넘어야할 산이 만만치 않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실행계획이라고 하더라도 교수, 직원, 학생 등 학교의 각 주체가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하에서 상생 협력하지 않으면 정체(停滯)될 수밖에 없다. 러플린 총장의 '개혁' 방침에 한때 첨예한 갈등을 빚었음은 물론 아직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일부 폐쇄적인 학교 구성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새로운 시도가 '한국의 미래를 담보해야 할 세계 최고수준의 이공계 인재양성의 도량'이란 본래 설립취지와도 부합될 수 있어야 한다. 러플린 총장의 강력하고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관련 예산이 사업추진 일정에 맞춰 계획대로 제때 투입돼야 마땅하다. 모처럼 일궈낸 KAIST의 '개혁' 의지가 예산의 뒷받침 지체 등으로 인해 훼손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내 최고 과학인재의 산실인 KAIST가 명실상부한 세계 유수대학의 반열에 하루라도 빨리 합류할 수 있어야 치열한 국제 지식경쟁시대에 한국의 미래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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