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완석 대전연극협회장·성남고교장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연극으로서 대전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은 실로 50년 대전 연극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간혈적으로 각색 또는 번안된 연극으로서 공연된 적은 있었지만 지난 달 20∼23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것처럼 원전 그대로의 리얼리즘 연극으로서 우리 앞에 선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세상사람들이 다 아는 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는 대문호이자 연극의 대명사다. 문화사적으로 볼 때 수직적 문화와 수평적 문화로서 구분해 본다면 당대에만 유행했다가 당대에 사라지는 수평적인 문화가 아닌 수세기의 역사 속에서도 공존하는 수직적 문화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성경과도 같이 시대를 초월한 불후의 명작이다.

본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셰익스피어 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 배우, 전문 연출가 만이 해야한다는 묵시적인 원칙이 있다.

그만큼 셰익스피어는 역사의 보고(寶庫)로서 세계 연극사상 최고의 극작가이며 영국 문화사를 장식하는 대시인이다. 특히 그의 작품 가운데에서도 이번에 공연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사랑이야기로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아마도 50대 이상의 중년층에게 있어서는 프랑크 제피렐리 감독이 만든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잊지못할 것이다. 그리고 줄리엣으로 분했던 올리비아 핫세의 청순함과 아름다움은 모두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영원한 마음의 연인이 되었다.

그리고 달빛을 두고 나누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대화는 모든 시대에 연인들의 인용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인들의 연애편지에도 그 대사가 인용되는 명대사이다.

바로 이 명작이 제대로 갖추어진 셰익스피어의 모습을 가지고 우리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앙상블 무대 위에 올려졌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금년에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대전문화예술 활동이 전반적으로 상승 곡선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연극계의 경우에도 전국연극제를 비롯해 바로 이 '로미오와 줄리엣' 외에도 '뮤지컬 FAME2005' '우리읍내' 등 많은 관객들의 호평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유수의 작품들이 연이어 공연됐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인구 150만에 육박한 대도시의 규모를 갖춘 우리 대전이건만 가는 곳 마다 우리 연극의 향상과 대전 문화예술의 전성기를 칭찬하는 소리를 자주 듣게된다.

아마도 머지 않아 대전이 문화예술의 도시로서 그 기능성이 정착화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에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직접 제작하고 이 지역 전업배우들이 뜻을 모아 만들어낸 '로미오와 줄리엣'의 공연은 그 포인트가 주식상장가로 비유한다면 상당한 포인트를 업그래이드 시킨 것과 같은 셈이다.

더구나 셰익스피어 특유의 연극적인 진가를 우리 대전연기자들이 유감없이 창출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이는 분명 그동안 배우들의 역량부족이라는 명분으로서 기피해왔던 작품들에 대한 기존의 관습과 인식의 틀이 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희곡작품을 이 지역 배우들로 하여금 이처럼 좋은 무대로서 만들어냈다고 한다면 이건 누가 뭐라고해도 경사스런 일이 아닐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기대 이하로 적은 관객들이 다녀갔다는 점이다. 다른 공연 작품들에 비해 그렇게 홍보에 신경을 덜 쓴 것도 아니였건만 어떻게 이렇게 적은 관객으로 4일 만의 공연으로 막을 내릴 수가 있었는지?

몹시도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아직도 우리 대전연극의 현실이고 보니 그냥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 …. 그리고 우리 연극인 스스로가 먼저 자성해야할 점은 옛말에 어떤 스승에게는 그 무엇도 속일래야 속일 수 없는 스승이 있고 또다른 스승에게는 속일 수는 있지만 속이고 싶지 않은 스승이 있다고 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에게는 그 스승이 바로 관객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철학이 없고 예술일 수 없는 공연작품들로 관객들에게 눈 속임해서도 않된다. 이제 새롭게 조성된 이지역 문화예술 부흥의 분위기를 반드시 토착화시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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