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초의원 3496명 전원이 사퇴를 결의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는 충북 청주에서 기초의원 모두가 사직서를 제출키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기초의원들이 사직할 경우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정기회 개최가 불가능해 내년도 예산심의 등 각종 의정활동에 차질이 불가피 하다.

이들은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중선거구제, 기초의원 정수 20% 감축 등을 도입한 개정선거법은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개악법이라며 종전대로 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기초의원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이들이 사퇴결의라는 최후 카드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켜 지방의 자율권을 침해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의원 선거는 물론 기초단체장 선거까지 정당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는 게 국민정서다. 국민의 71%가 정당공천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오죽하면 기초단체장들이 정당공천제를 없애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겠는가.

특정정당 공천이 당선을 보장하는 현실이고 보면 정당공천제 도입은 선거 판을 공천 장사로 얼룩지게 할 소지가 크다. 그러지 않아도 내년부터 지방의원 유급제가 시행돼 줄서기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국회의원들이 맘에 맞는 측근을 멋대로 공천하는 등 정실인사를 할 경우 우수 인재 발탁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국회의원과 시·도의원은 소선거구제를 시행하면서 유독 기초의원만 중선거구제를 도입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그런데도 국회는 지난 6월말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전면 허용하는 공직선거법을 전격 통과시켜 야합이라는 비난과 함께 오늘의 사태를 촉발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기초의원은 물론 국민여론 한 번 수렴하지 않았다는 건 입법권의 남용이자 횡포라고 꼬집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현 공직선거법을 바로잡아 지방자치 본령에 충실해주기 바란다. 행여 기초의원들의 사퇴 결의가 실행에 옮겨져 의정활동이 전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치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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