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곡 계룡산 갑사 주지

지구촌이 잇따른 환경재해로 초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물론 중남미, 그리고 서남아시아 등에서 태풍과 홍수, 지진으로 엄청난 물적, 인적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는 변종 조류독감으로 가공할 만한 인명피해를 예상하고 있어 이래저래 불안하다.

환경전문가들은 이같은 재앙에 대하여 숱하게 경고한 바 있다.

지구 환경의 핵심과제인 온난화 현상이나 사막화 현상은 남의 일이 아닌데도, 정작 앞장서서 이를 개선해야 할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남 일처럼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마치 불나방이 불속으로 뛰어드는 꼴이다.

이런 결과는 지구 오존층의 파괴가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를 유발하여, 동서양과 남·북반구,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인류에게 재해로 돌아오고 있다.

홍수로, 가뭄으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기상이변은 지구촌 인간들의 삶을 여지없이 파괴해 버린다.

이 시점에서 산승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호남고속철도 계룡산 지역 통과에 대하여 건교부 등 관계당국이 계룡산의 중요성을 인식해 시정해 주도록 촉구하고자 한다.

계룡산은 고대부터 우리 민족의 영산이다. 한민족의 정신과 혼이 깃든 역사적인 산이다.

일제 때 일본인들이 계룡산 곳곳에 철심을 박아 민족정기를 없애려 한 사실만 봐도 계룡산이 얼마나 소중한 산인지 알 것이다.

그러한 계룡산을 아무 생각 없이 고속철도가 관통해 간다면 계룡산의 산세는 물론, 일대의 자연환경을 결정적으로 훼손하게 된다.

깊은 사려 없이 백년대계의 국가정책을 속전속결로 추진한다면 자칫하다간 천추의 한을 남길 수 있다.

이미 계룡산지키기범불교연대에서는 계룡산의 환경훼손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조그만 땅덩어리에 인간의 끝없는 욕망인 편의주의를 충족시키기 위해 곳곳을 마구 헤집어 놓는다면, 나중에는 인간들의 천연약통(天然藥筒)이요, 정화조라고 할 수 있는 산과 수풀이 사라져 재앙을 초래함을 명심하라는 경고다.

거듭 강조하지만 계룡산을 살리는 일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할 중대사안이다.

이미 건교부에서 정한 호남고속철도 건설안을 놓고 당국과 불교계, 환경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한다면 수정 못할 일이 없다.

사람들이 하는 일인데 건설적이고 상생하는 쪽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조금만 수정하면 될 것을 고집부리고 무리하게 공사하다가 두고두고 후손들로부터 원망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지역이기주의와 졸속편의주의로 정책을 밀고나가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구 위의 유일한 생산자는 식물이고, 완벽한 소비자는 동물이며, 최대의 소비자인 동시에 파괴자는 인간"이라는 어느 환경론자의 주장은 진정 무엇이 인간을 위하는 일인지 곱씹어 보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계룡산 갑사에서는 절 창건 1585주년을 기념하는 개산대재를 열고 있다.

재를 지낼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나라의 안녕과 경제가 융성하여 모든 이들이 편안하게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골치 아픈 세상사에서 세파에 찌든 중생들의 정화조 역할을 하는 계룡산이 크게 훼손되지 않고 본래 그 자리에 있기에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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