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숯골서도냉면 운영 김진백 사장

피자, 스파게티 등 서구화된 음식문화가 밀려드는 속에서 고집스럽게 우리의 전통 맛을 이어가는 곳이 있다.

냉면 한 그릇으로 향수를 달래는 실향민들의 마음의 고향이기도 한 숯골서도냉면(대전시 서구 갈마동)이 그 곳.

3대째 50년의 세월 동안 가업을 이어 평양식 냉면과 만두의 맛을 지켜가고 있는 숯골서도냉면은 현재 김진백(48)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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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어머니인 최기수(69)씨가 가게에서 손을 떼면서부터 지금의 자리로 옮겨 맛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숯골서도냉면의 역사는 김 사장의 할머니인 고 한금태씨가 1953년 당시 대덕군 탄동면 신봉리 소재에 정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평양 상원이 고향이었던 한씨는 가족과 함께 1·4후퇴 때 남하해 이북민들의 피난처였던 탄동에 자리를 잡았다.

이 곳의 옛 지명인 숯골이 현재의 상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와 어머니인 최씨가 시작한 냉면집은 이 지역이 재개발되면서부터 1984년에 계룡산 동학사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하지만 그 맛은 여전해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며 여러 가지 일화를 남겼다.

당시만 하더라도 서울은 물론이고 대구, 부산 등 전국에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상점 밖에 멍석 15개를 깔아 놓고 장사를 했을 정도였단다.

또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유명인사들도 많이 찾은 집으로 현재까지도 그 맛을 잊지 못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불교계에서는 금오선사가 동학사 법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노자 대신 냉면 6그릇을 먹고 간 집으로도 유명하다.

이 같은 유명세로 김 사장은 중학교 입학과 함께 할머니와 어머니의 일을 도와야 했단다.

당시에는 어린 나이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배운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잔심부름을 통해 어깨너머로 냉면 제조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단다.

김 사장은 "숯골을 고향으로 태어나 중학교 진학하고서부터는 메밀을 일어 냉면을 만들고 만두를 만드는 방법을 눈여겨봐야 했다"며 "지금 4남매 모두가 냉면과 만두를 만드는 솜씨는 수준급일 정도로 음식 비법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고 있어 어쩌면 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메밀 면을 사용하는 평양식 냉면은 사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독특한 고유의 냉면 맛을 내기 위해 숯골서도냉면은 아직도 강원도 평창 메밀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메밀은 미리 많은 가루를 내놓으면 변질되고, 묽지 않은 반죽을 만드는 데도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또 맵고 단단한 태백무 만을 사용한 겨울철 동치미 국물로 1년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미리 준비해둬야 할 일도 많고 관리도 까다롭다.

동치미 국물에 꿩을 사용하는 육수는 따로 보관해야만 1년 동안 담백하고 깔끔한 독특한 맛을 낼 수 있다.

김 사장은 "겨울에는 무 천개를 손질해 동치미를 담아야 할 정도로 손도 많이 가고 까다롭다"며 "이름이나 명성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할머니, 어머니가 지켜온 맛을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까다롭고 독특한 비법만큼이나 김 사장은 맛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김 사장은 숯골서도냉면의 명성만큼이나 분점이나 체인점에 대한 제안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또 냉면과 만두에 그치지 말고 돈이 되는 고기 등의 품목을 추가해 판매해 보지 않겠냐는 권유도 있었지만 끝까지 고집을 지키고 있다.

"5년 전 작고하신 할머니의 경우는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까지 만두를 손수 빚으실 정도로 열정을 가지고 지켜 온 맛"이라며 "사업적으로 성공하기보다는 어려운 길이긴 하지만 대를 이어 지켜온 맛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숯골서도냉면의 경우 한 지역에서도 여러 차례 장소를 옮겨왔지만 전통의 맛을 이어가고 있어 손님들도 대를 이어가며 찾고 있는 곳이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찾았던 어린 나이의 손님들이 이제는 자녀들의 손을 잡고 우리 집을 찾아 줄때면 가업을 이은 것에 대한 큰 보람을 느낀다"며 "내 자식이 관심을 가지고 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비법을 전수해주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에게는 이제 할머니와 어머님의 뒤를 이어 넉넉한 인심으로 고향의 맛을 전달하는 꿈만이 남았다.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 이외에도 그 맛과 추억을 기억하는 손님들이 있는 한은 맛을 지키고 싶은 욕심이다.

김 사장은 집안에서 지켜온 것이 고향의 맛이외에도 넉넉한 인심이 있다고 자부한다.

할머니, 어머니는 명절이면 실향민들을 위해 냉면과 만두를 공짜로 내놓을 정도로 넉넉하셨단다.

"50년간 우리 집안이 지켜 온 것이 맛 이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넉넉한 할머니와 어머님의 인심을 기억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앞으로도 고향의 맛과 넉넉한 인심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명소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숯골서도냉면은 50년의 역사 만큼이나 아직도 전국에서 이 곳의 맛을 잃지 않고 찾는 손님들로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의 발길 역시 김 사장이 있는 한 끊어 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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