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보여준 투혼은 야구팬들의 기억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한화는 시즌 3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이번 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한국시리즈 진출은 좌절됐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도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한화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3-0완패를 당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음에도 야구팬들이 흥분하고 격려하는 이유다.

올 시즌 한화는 하위권으로 분류돼 전문가들은 물론 한화 팬들조차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모든 객관적 전력이 그랬다. 개막 전까지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돼 당분간 4강 진출은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성적만 보더라도 2002년 7위에 이어 2003년 5위, 그리고 지난해는 다시 7위로 곤두박질 쳐 이런 예상은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전력보강 하나 없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나니 한화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화는 시즌 중반 9연승을 내달리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화는 결국 롯데를 끌어내리고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졌다. 관심을 두지 않던 팬들도 점차 구장을 찾기 시작했고 한화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더욱 뜨거웠다. 플레이오프와 함께 구단과 팬은 하나가 된 것이다.

한화가 중심 구단으로 거듭난 데는 김인식 감독의 지도력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재활 공장장', '믿음의 야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그의 구단 운용능력은 탁월했다. 지연규, 김인철, 문동환 선수를 비롯해 풍운아 조성민 선수가 김 감독의 손을 거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여기다 홈런왕 장종훈 선수의 은퇴식에서 보여준 한화 프론트의 세련된 업무능력은 그룹의 이미지를 새롭게 했다.

한화는 내년시즌 정상을 노크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려면 올 시즌 나타난 문제점들을 중점 보완해 보다 짜임새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투수진 보강과 수비진 강화는 첫 번째 과제다. 홈구장 환경도 바꿔줘야 한다. 팬들의 관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만큼 지속적인 응원이 있어야겠다. 1위보다 값진 성적을 내준 한화 선수단에 박수를 보내며 내년 시즌에는 99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이 재연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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