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호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장

최근 지역을 달궜던 건설업체들의 공무원 뇌물제공 사건으로 건설업체들이 단단히 홍역을 치렀다.

뇌물 사건이 터지면 늘 그랬듯이 '관행'이란 말 한마디로 모든 사건의 면죄부를 받으려 했다.

그 탓에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고, 사건은 오히려 확대됐다.

수사가 시작되던 초반기에는 모든 시민들이 그러했듯이 건설업체들도 사건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건이 장기화되고 연일 매스컴을 통해 사건 보도가 대서특필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은 커져갔다.

이 때부터 비로소 건설업체들은 일제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우리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범죄행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큰 기업이 시련을 맞으면 그 파장이 얼마나 크고 심각한 것인지도 겪어 보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향토기업이 흔들리면 지역경제가 흔들린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꼈다.

원청인 종합건설사로부터 공정에 따라 하도급을 받아 일을 하는 전문건설업체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역경제가 얼마나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있는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돈의 흐름이 막히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과 불신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를 알았다.

그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건설업계가 치른 패널티였다.

때마침 지난 8월 21일 건설산업기본법에 업계의 뇌물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조항이 신설됐다.

건설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주활동을 위해 뇌물을 공여하면 형사처벌은 물론, 회사가 1년간 영업정지를 당하도록 하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조항이 마련된 것이다.

이 법안이 마련됨에 따라 이제 더 이상 건설업계에서 뇌물이 오고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대전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의 파장을 지켜보며 업계 스스로도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 사태의 재발 확률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아픈 상처를 조속히 아물게 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대전은 가뜩이나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지역경쟁력이 뒤떨어지는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이제는 봉합의 시점이다.

지난 과거를 들추고 상처를 건드리며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시민과 상공인, 기관단체가 모두 힘을 합해 다시 한번 운동화 끈을 조여 매야 할 시점이다.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사법 당국이 엄정한 수사와 법적용을 통해 잘잘못을 가릴 일이다.

문제는 시민들의 용서다.

건설업계 전체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털어내고 넓은 아량을 발휘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아울러 지역의 향토기업들이 외지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에 임할 수 있도록 용기와 격려를 실어주어야 한다.

우리에게 닥쳐온 시련과 고통을 얼마나 슬기롭게 견뎌내고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는가는 시민들의 너그러운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제는 용서하고 아픈 상처를 보듬어 주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이 곳 충청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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