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동 충북도의회 의원

최근 동료 의원과 저출산 문제에 대해 우연히 대화를 나누다가 "우리 어머니들이 과거에는 힘닿는데까지 애를 낳았지만, 요즘에는 돈 닿는데 까지 애를 낳는다"는 말을 듣고 공감하게 됐다.

언뜻 우스개 소리로 들리겠지만 현실 사회에는 경제적 여건이 애를 낳고 안 낳고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사실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각종 여론 및 실태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예비 부모들이 최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경제적 안정이며, 그 다음으로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IMF 경제적 위기 이후 점점 가열되고 있으며 또한 바늘구멍처럼 좁아져 가는 취업 전선으로인해 경제적 활동 기간이 짧아지고, 자녀들의 사회적 신분상승을 위한 과도한 양육비와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이 버거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작금의 국내경기는 IMF의 외환위기 때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이며, 식을 줄 모르는 부동산 투기, 고공행진을 멈출줄 모르는 유가 및 물가, 늘어만가는 사교육비, 각종 세부담 증가 등 으로 저출산 풍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아이 1명을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비용은 줄잡아 2억 5000만원 정도라고 하는데 돈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애를 날 생각을 하겠는가.

게다가 애를 낳아 남들보다 못해주면 다른 아이들로부터 멸시받고 왕따 당하기 일쑤라는 등 사회적 불안감이 가중되고, 가계의 빈부격차에 따라 사회적 대우조차 차별화 되는 사회구조 속에서 애를 무작정 낳아 아무렇게나 뒹굴게하고 진흙탕속에 빠뜨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같은 저출산 문제를 단순히 '아이를 낳기 싫다'는 명제로 다가가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부분이 곪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적색 신호인 동시에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다가올 대재앙의 징후라는 것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인구학자 폴 엘리스는 이를 '지진 현상'에 비유했으며, 코피아난 UN 사무총장은 '시한 폭탄'에 비유할 만큼, 저출산의 파장은 심히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우리는 이 사회의 대재앙이 오기전에 저출산에 대해 좀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범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며 차근차근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현재 저출산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을 내놓고, 20조원을 올인할 중·장기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20조원을 집중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야만 살아갈수 있는 현실의 사회 전반을 개선하지 않는 한, 저출산의 재앙은 계속 될 것이다. 단순히 출산만을 장려하는 정책만으로는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을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보육여건을 개선하는 일에 한치의 주저함도 없어야 하며, 우리의 가족구성원들이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이를 통해 건강한 사회환경이 조성돼 미래의 어머니들이 결코 애 낳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쓰나미, 카트리나의 재해보다도 더 큰 재앙인 저출산의 재앙은 우리사회에서 멀리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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