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록 대전시교육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가을만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는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이 없지 않지만, 이렇게라도 작위적으로 독서의 주간이니, 독서의 계절이니, 독서의 해로 특별한 용어를 만들고, 이벤트 행사를 함으로써 독서분위기를 환기시킨다는 게 그나마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독서는 어느 한 시기를 정해 놓고 하기보다는 평생 동안 생활화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의 독서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은 한달 동안 책을 읽는 사람이 32%로, 일본인의 58.1%보다 26.1%나 적었다. 연간 독서량도 3.75권(참고서를 제외하면 1.96권)으로 일본 10.74권, 미국 9.17권보다 훨씬 밑돌고 있다. 그런데 1년에 독서량이 3권 미만인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묻는 설문에 87%가 '시간이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나는 독서할 시간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 점이 보통사람과 나폴레옹과의 차이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삼불차(三不借)라 해서 재물을 빌리지 않고(財不借), 문장을 빌리지 않고(文不借), 인재를 빌리지 않는다(人不借)고 했다. 모두가 독서와 관련이 있지만, 특히 문장과 인재는 독서를 통하여 계발되는 만큼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한 뜻으로 볼 수 있다.

독서의 시기와 장소도 삼상지학(三上之學) 즉, 마상(馬上), 침상(枕上), 측상이라 해서 말 위에서도 읽고, 잠자리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책을 읽었다. 또 절식주의(節食主義)이라 해서 세끼 식사 중 한끼를 빼내어 그 시간에 독서를 했다고 한다.

문자를 읽지 못하면 문맹, 컴퓨터를 모르면 컴맹이라고 한다. 독서를 모르면 책맹(冊盲)이다. 독서의 습관은 어릴 때부터 길들어져야 한다.

2004년 12월 문화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아이들은 TV, 게임, 만화 등에 투자하는 시간과 독서에 투자하는 시간의 비율이 7:1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TV나 인터넷 등 시각편식증으로 생각의 길이가 짧아지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이 자라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독서는 수면제가 되거나 책맹자(冊盲者)로 만들어 버린다.

운동선수에게는 본게임 들어가기 전에 몸의 근육을 깨우는 준비운동을 하는데 이를 워밍업(Warming Up)이라고 한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딱딱한 공부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의 잠자는 두뇌를 깨우기 위해 워밍업으로 아침독서를 10분간 한다는 것이다. 10분이면, 수필 한 편이나 동화·우화 한 편 정도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10분은 작은 시간이지만, 3개월 하면 습관이 되고, 6개월 하면 운명이 바뀔 수 있다.

독서는 부작용이 없고, 손실이 없는 투자임을 감안한다면 우리 선생님이나 학부모님들은 독서지도에 보다 계획적인 준비와 열정으로 아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어야 한다. 특히 학부모님은 아이들에게 옷이나 핸드폰보다도 책을 선물하고, 아이들과 함께 서점에 자주 가야 한다. 아이들은 서점에서 엄청난 책을 보면서 독서욕을 자극받게 되고, 자신이 우물안 개구리라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부모는 TV를 보면서 아이들 보고 책보라고 한다면 설득력이 없다.

독서의 계절이다. 중국의 시인 소동파는 책 속에서 미녀와 부귀, 출세를 훔칠 수 있는 가장 좋은 계절이 가을이라 해서 독서를 추도(秋盜) 즉, 가을도둑이라 했다. TV를 끄고 마음을 켜자. 책이 주는 감동과 경험으로 이 가을에 마음도 키우고, 상상력도 기르고, 부귀영화도 훔칠 수 있는 가을도둑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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