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내 원자력 시설의 방사선 피폭 선량(인체에 미치는 방사선의 양)이 고리나 월성, 영광, 울진 등 국내 원자력발전소 가동지역보다 최고 47배나 높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부나 한국원자력연구소는 노출량이 기준치 이내로 인체에 무관하다는 답변만으로 일관할 때가 아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어제 '방사능방호대책구역'으로 선포하고 납득할만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덕지역 주민들은 평소에도 원자력발전소 지역보다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의 경우 영광원자력발전소의 갑상선 선량이 0.73%로 4개 원자력 발전소 중 최고 수치를 보였으나 대덕은 5.37%로 7배 정도 높게 났다. 올 1분기 역시 비슷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2분기 들어서는 대덕지역의 갑상선 선량이 발전소 지역보다 무려 47배나 높게 측정됐으니 주민불안이 가중되는 게 아닌가.

갑상선은 방사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체부위로 측정 결과가 비교적 명쾌해 방사선 선량 측정에 자주 이용된다. 그렇다면 당국은 대덕 지역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유독 높은 이유를 명쾌하게 규명해 그 결과를 솔직하게 밝혀야 마땅하다. 기준치 이내여서 인체에는 무관하다거나, 단순 비교수치로 별 의미가 없다는 답변은 오히려 은폐의혹만을 키울 뿐이다.?

대덕연구단지내 원자력 시설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원자력 누출사고를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2년 동안 만해도 4번의 크고 작은 방사선 누출사고가 일어난 걸로 기억된다. 방사선 누출사고와 주민 피폭선량 간에 연관성은 없는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주길 촉구한다.

대덕 지역은 그 어느 지역보다 청정 환경이 유지돼야 하는 곳이다. 원자력연구소 주변에는 현재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며, 대덕 R&D특구와 관련한 미래형 주택단지도 들어설 예정이다. 피폭선량 조사결과가 자칫 악영향을 끼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당국은 과잉반응으로 몰 게 아니라 항상 주민을 안심시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측정 결과 인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해도 방사선 노출 수치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원자력 안전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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