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성 논설위원

추석연휴에 쏟아진 기습폭우로 충남 서북부지역과 충북 중부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수확을 앞둔 농작물 피해를 비롯해 주택침수, 도로유실, 하천, 저수지 등 수리시설이 파손되거나 붕괴되었다. 우리지역에서만 780명의 이재민이 집을 잃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도복된 벼를 세우고 잘려나간 논두렁을 보수하며 오물을 수거하는 일까지 할일이 태산 같다. 해당지역 주민만이 이를 감당하기엔 벅차다. 타인의 도움이 절박한 실정이다.

고통과 슬픔은 함께하면 반이되고 기쁨과 영광은 함께하면 배가된다. 더불어 사는 우리민족의 공동체의식을 발현할 때가 아닌가 여겨진다. 향약, 두레, 계 등의 주민자생조직의 힘으로 천재지변을 극복했던 당시의 인정 넘치는 전통적인 상부상조 정신이 아쉽다. 수해를 입어 가슴아파하는 우리고장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해 줄 사람은 바로 우리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해현장으로 달려가 쓰러진 벼 한포기라도 세우고 유실된 도로를 닦는 일에 땀방울을 흘렸으면 한다.

최근 기상변화와 더불어 국지적인 폭우 집중현상이 빈발하는 현상에 대한 방재 시스템은 완벽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1920년부터 1990년까지 우리나라 강수량이 7% 증가했으나 오히려 강수일수는 14%나 줄어들었다. 이는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면서 그 강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시간당 수백mm의 집중호우가 일상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다. 전국 저수지의 69.5%인 1만 770여개가 5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인데도 이에 대한 대비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수리시설에 대한 붕괴위험 대비책도 모색해야 마땅하다.

지자체와 정부는 상습수해지역을 파악하여 이주계획 등 장기적으로 항구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수해예상 지도를 작성해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해 가는 일도 중요하다. 일시적인 응급복구를 지양하고 영구적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완벽한 수방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배수로확장, 수량조정기능의 강화 등 사전 준비에 철저하게 대응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가항력인 천재지변이었다면 할 수 없지만 행정력 부족을 비롯해서 공직자 업무수행과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면 관련자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한다. 이번 수해도 사전대비부족에 의한 인재가 많았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산 시가지의 침수는 예상된 것이다. 배수로를 확장하지 않은 채 수백세대의 아파트를 건립한 결과다. 결국 트럭 3대 분량의 스치로폼이 배수로를 막아 피해가 더욱 컸다.

부실공사, 늑장행정, 제도적 모순은 없었는지를 철저하게 따져서 완벽한 수방대책을 수립하는 계기로 삼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정지역에서 수해를 연례행사처럼 겪는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항구적인 차원에서 수방대책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갑자기 천재지변이 발생하더라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즉각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일상적인 삶 속에 재난 대비훈련과 수해예방대책을 면밀하게 세우는 사전 계획과 주민 훈련이 필수적이다.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자원봉사단 조직을 상설화시켜서 천재지변을 당했을 경우 즉시 복구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한다. 70-80년대 새마을 운동을 통하여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해 갔던 방법도 그런 모델에 속한다. 지역사회문제를 주민이 스스로 해결해가는 자율과 자생력의 성장이 필요하다. 지자체, 소방방제 청, 기상청, 행자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의 수해종합대책 시스템을 만들어 신속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 가길 바란다.

수해로 실의와 절망에 빠져있는 이웃에게 격려와 위로를 전하면서 재기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지원을 아낌없이 전해주는 사랑의 실천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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