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비용이 해마다 급등하는 현상은 수긍하기 어렵다. 제약업계가 올해 여러 명분의 용량을 하나의 주사약병에 담은 기존 '바이알' 제품보다 가격이 2배가량 비싼 '1회용 완제품' 공급을 대폭 늘려 예방접종 가격의 급등이 예견된다. 독감 백신이 이제 노인이나 어린이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연령층의 필수 예방의약품이 됐다는 점에서 백신가격 상승분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제약업계가 바이알 제품대신 1회용 완제품 공급에 주력하는 것에 대해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WHO 국제백신안전성자문위원회의 공식해명에도 불구하고 유해성 논란을 빚은 바 있는 보존제 '치메로살'이 함유된 바이알 제품의 사용을 굳이 권장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 바이알 제품을 1회용 완제품 구매량에 따라 '배분'할 정도로 일시에 공급량을 축소한 점은 석연치 않다. 지난해 조달청의 독감백신 입찰 유찰사례에서 드러났듯 제약업계의 담합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국민건강을 볼모로 제약업계가 잇속만 챙기려 한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조달청이 올해 보건소 등에 공급하는 백신은 460만명 분으로 국내 총 접종수요 1500만명의 30%에 불과하다. 줄잡아 수백만명이 2배 오른 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민이 느끼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서민에게는 예방접종의 기회를 빼앗음으로써 상실감을 안겨줄 수도 있는 형국이다. 제약업계는 1회용 완제품에 대한 수요를 감안해가며 단계적으로 공급을 늘렸어야 했다. 정부도 극빈층 등에 무료공급과 보건소 백신 배분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이 아니라 조속한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독감 백신은 그간 효능논란에도 불구하고 환절기마다 유행하던 독감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건보재정에 도움이 된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회 방역기능 향상차원에서라도 독감백신 접종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거나 정부에서 백신을 일괄 구매·배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질병 퇴치나 감소수단이 있는데도 이를 애써 외면할 수야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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