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 뮤지엄 실장

호주에 세워진 영화 물랑루즈의 세트는 19세기 말 파리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화려한 금박 장식들, 가는 줄세공으로 장식된 천장 그리고 실제 크기의 댄스 플로어까지 말이다. 이는 1890년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내기 위해 엄청난 제작비가 들었다고 한다.

물랑루즈의 감독인 루어만의 부인이자 의상 담당인 캐서린 마틴은 고증뿐만 아니라 거기에 모더니즘을 가미시킨 새롭고 환상적인 의상을 제작했다.

주인공을 포함해 수백명의 엑스트라, 그리고 100명이 넘는 무희들의 의상까지 일일이 정성들여 제작했고, 이것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의 전반적인 의상컬러는 대부분 블랙&화이트, 블루&레드, 그린&레드 처럼 대조적인 컬러의 혼합으로 선명하고 화려한 이미지가 주종을 이루는 영화 의상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단지 색채뿐만 아니라 스타일에 있어서도 보헤미안, 집시풍에 의상이나 몸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는 당시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반영하는 언더웨어 스타일 등이 주목할 만하다.

영화 속의 의상은 실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주인공들이 평상시에 입는 옷과 쇼에서 공연하는 무대 의상으로 나눠지는데, 색채나 스타일 그리고 영화 전반의 분위기에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특히 니콜 키드먼(사틴 역)의 의상을 중심으로 관객의 눈을 자극하는 스타일은 사틴이 공연 후에 입은 레이스를 곁들인 나이트 가운식의 블랙 드레스.

쉬폰을 소재로 몸에 자연스럽게 휘감기는 에이라인 실루엣이 벨 슬리브와 함께 로맨틱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쇼를 위해 입은 의상들은 쇼의 주제에 맞는 소재를 주로 사용함으로써 화려함을 더했다.

특히 극중에서 화려하고 독특한 장식의 레드 드레스는 니콜 키드먼(사틴역)의 하얀 피부와 푸른 눈, 그리고 강렬한 빨간색의 립스틱과 함께 물랑루즈를 더욱 돋보이게 해 기억에 남게 만든다.

또한 물랑루즈의 의상을 더 화려하고 인상적으로 남게 한 것은 의상과 함께 매치된 갖가지 액세서리이다.

영화 속에서 하나의 진한 색채의 감동을 주고 물랑루즈가 영화를 넘어서 비쥬얼 아트로 느껴지는 건 이런 작은 소품 하나하나가 의상과 함께 매치돼 영화에 완벽을 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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