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창 청주대 환경공학과 교수

90년대 대학가에는 사회를 풍자하는 유모어 시리즈가 유행했었다. 그중에서 세종대왕 시리즈 하나를 소개한다.

세종대왕이 하늘에서 그동안 한국이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걱정되어 내려다보니 실업자가 늘어나고 세계시장에서 신뢰도가 하락하여 이대로 가면 한국은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걱정을 하면서 어쩌다 이 꼴이 되었는가? 탄식하며 이 사태를 해결하기위해서는 과학기술이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아인슈타인, 에디슨, 그리고 큐리 부인을 한국에 다시 보내 달라고 하느님에게 간곡하게 요청하여 그 뜻이 이루어 졌다.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는 세 사람이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아마도 지금쯤은 선진국이 되어 국제적으로 막강한 부국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느긋한 마음에서 어느 날 망원경으로 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우선 아인슈타인은 수학 한과목만 잘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어느 대학에도 진학을 하지 못하여 대학 강단에 서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할 고등학생 수학과외수업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에디슨은 수많은 발명을 하고 있었지만 우선 연구개발 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서 중단할 때가 종종 있는가 하면 수없이 발명을 했는데도 특허출원 과정이 하도 까다로워서 아직도 특허 취득을 못하고 있었다. 큐리 부인은 공부는 제대로 해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대학이나 연구소 어느 곳에도 가지 못하고 어디든지 가려해도 큐리 부인이 연구할 수 있는 실험장비도 갖추어지지 않았으며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아직 직장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내용은 유모어 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에서는 뼈아픈 사회적 비평이라고 할 수 있다. 100년에 한번 나올 정도의 위대한 천재과학자 세 사람을 보내 주었는데도 그들에 의해서 발굴하고 개발하여 활용할줄 모르는 한국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를 "비 절정기 사회"라고 할 수 있으며 개인의 특성과 창의력을 발굴,개발, 격려하기보다는 오히려 시기와 모함, 파괴하려는 불신의 경쟁심이 가득한 사회다.

인재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 될 때에 비로소 그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하나는 타고난 재능, 또 하나는 그 가 가진 재능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에 참여, 그리고 하나는 그 사람의 업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이다.

인재는 타고난 재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가 인재로 키워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가 지속 될 때를 '절정기 사회'라고 부를 수 있다. 선진국들은 분명히 절정기 사회의 표본이다. 선진국 사회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 지난 I.M.F.구제 금융의 위기를 두 번 다시 겪지 않으려면 지금의 밑바닥 경제를 '절정기 사회'로 바꾸려는 피나는 노력이 절실하게 중요하다. 최근 거론되는 교육개혁도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할 여지가 있다. 개혁이라는 명분 속에 수많은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절정기 사회'를 목표로 하여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책이 정당하고 타당한 것인지 충분하게 검증되어야 할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