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 중부대 총장

경제가 망가져 버렸다. 지난 2년 반 동안 참여정부의 서투른 칼부림과 갈팡질팡 정책으로 부동산값만 치솟고, 서민경제는 맥이 빠져 버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자들 때문에 경제가 안 풀린다고 부유세를 신설하더니, 이번에는 서민들을 겨냥하여 소주세까지 들먹이고 있다.

무엇보다 지방경제는 거의 빈사상태다. 21세기 들어오면서 진행된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방경제는 멍들어 버렸다. 요즘 뜨는 소위 '신산업'은 지식지향적, 정보지향적, 정책지향적, 금융지향적, 인재지향적 산업들이다. 이 같은 신산업 쪽으로 산업의 구조조정이 서서히 진행되어 국가의 에너지가 집중되었다. 이들은 입지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이 이들 산업의 인큐베이터(보육기)로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지방경제를 지탱해 온 산업은 자본집약적이고, 장치지향적이고, 굴뚝지향적인 산업들이었다. 지방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지방의 대도시들마저 고작 섬유나 신발 같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의존해 왔다. 오죽하면 부산이나 대구 같은 도시들이 녹산공단이나 위천공단 조성에 목을 걸고 우격다짐을 벌였겠는가?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시멘트를 쌓아올린 공장으로 산야가 뒤덮혀야 그 지역에 활기가 있었다. 이것이 개발호황기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산업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차차 사양화되었다. 과거 같으면 한 평이라도 더 공단을 조성하려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아우성이었는데, 지금은 분양되지 않고 찬바람 부는 땅도 많다. 그렇다고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소위 벤처형의 신산업을 유치할 여건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형편이다.

게다가 중소업체의 샘물 역할을 하던 지방금융기관들은 금융개혁의 회오리로 초토화되었고, 지방정부마저 무슨 엑스포, 축제, 월드컵 등 전시효과적인 사업에 치중하여 경제적인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이래저래 지방경제의 냉기는 전국의 경제 한파보다 더 춥다.

우리 경제 구조가 양극화된 것이다. 수도권은 반도체와 닷컴산업으로 재무장한데 비해 지방산업은 점점 사양화되어서, 중앙과 지방의 경제적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그동안 전국을 고르게 개발한다고 수많은 구호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는 더 벌어진 것이다. 정말 국민들은 헷갈린다.

이처럼 양극화된 경제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데 참여정부의 처방은 거꾸로이다. 먼저 지방에 필요한 것이 진정 무엇인가 하는 것부터 살펴 보아야 한다. 참여정부는 수도권집중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수도권의 공동화를 막는다고 수도권을 경제중심지로 개발하겠다고 한다. 실제로 기흥의 반도체공단, 파주의 LCD공단 등 대규모 산업단지를 비롯하여 서울의 상암지구, 인천의 송도지구, 청라지구, 등등의 산업단지 개발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행정기능의 분산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도 남을 것이다. 최근에는 신도시개발계획도 발표되었다. 서울 주변의 신도시 규모는 신행정수도 규모보다 훨씬 크다.

지금 지방에 절실한 것은 행정기관이나 수도권에서 밀려나온 공공기관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지방에 가져올 경제 제고기능이나 산업파급효과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지방 스스로 커 갈 수 있는 산업기능을 나누어 갖도록 도와주고, 이들을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수도권의 과도한 경제집중은 계속 억제되어야 하고 이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미국의 지식산업은 대도시가 몰려 있는 동북지역보다 남서부의 선벨트지역에 흩어져 개발되었다. 이것은 각종 인프라와 교육시설이 전국에 고르게 발달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식산업이나 첨단산업이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는 것은 인프라나 교육시설, 생활환경의 차이 탓이다. 기반시설이나 연구, 교육시설의 획기적인 개선 없이는 기동성과 정보 그리고 인재에 예민한 신산업을 유치할 수 없다. 그런데 산학연의 중심 역할을 하여야 할 지방대학들은 지금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방경제를 살리려면 지방의 상대적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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