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환 제천 대원과학대 학장

인간은 시간 속에서 존재합니다.

인간의 실존(實存)은 시간 바깥의 영원성을 희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유한성(有限性)에 갇혀 있습니다. 우리는 끝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놓인 존재입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갔고 현재도 이 순간 흐르고 있으며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 속에 존재하는 '자아(自我)'의 유한성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한 것이 바로 실존주의입니다.

인생의 큰 딜레마 중에 하나가 시간의 불가역성(不可逆性)입니다. 즉 시간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번 흘러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때문에 시간의 흐름을, 삶의 순간을 우리는 주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아(自我)'는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귀결됩니다.

물리적 시계의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체험된 시간, 경제적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실현됩니다. 각 개인이 실현하는 시간성은 서로 이질적이며 다양합니다. 역사와 진보, 문명과 문화는 곧 시간의 축적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에 대한 관념이 바뀐 것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 진입한 뒤의 일입니다. 즉 자본주의적 시간이란 '화폐화된 시간'을 뜻합니다. 모든 시간은 화폐화되는 한에서만 유의미한 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임금(賃金)이란 시간 단위로 계산되고 지불됩니다. 벤자민 플랭클린(B. Franklin)이 말한 바 '시간은 돈이다'라는 격언은 바로 이 자본주의 정신을 대변하는 말입니다. 시간의 낭비와 태만, 향락은 도덕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 옛날에 시간은 자연과 신에게 속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래서 중세시대의 교회는 신의 영역에 속한 시간을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금지했었습니다. 그만큼 시간은 신성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빌려주고 시간을 담보로 이자를 받는 고리대금업을 금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근대 이후 모든 가치가 화폐로 환원되면서 시간도 계량화되고 화폐화 된 것입니다. 초기 근대 산업사회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테일러 시스템은 곧 시간의 관리였습니다. 이제는 시간을 넘어 분, 초까지 관리하는 '시(時)-테크'가 유행하고, '아침형 인간'이라는 것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제안인 것입니다. 나의 가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의 질과 양에 비례하게 되었습니다.??

산업사회와 첨단지식기반사회 사이에는 시간에 대한 가치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간의 가치는 양적 개념보다는 질적 개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나의 경쟁력, 보람, 후회 없는 삶 등은 우리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오직 존재하는 것은 '지금, 여기'입니다. 이 순간에도 현재의 시간은 과거로 회귀합니다. 이 절박함에 우리는 놓여 있는 것입니다. 인생은 딱 한번 주어진 삶입니다.

'지금, 여기의, 이 순간'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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