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제기 만드는 김인규 옹의 추석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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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은 시리게 청명한 하늘만큼이나 설레게 한다.

온 가족·친척이 모여 한가위날 아침을 맞는 차례상에 풍요로움이 있고, 건강과 안녕을 기리는 미풍양속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전시 대덕구 덕암동에 사는 덕암(德岩) 김인규 옹(69).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아 50여 년째 전통 제기를 만들어 온 고집쟁이다.

'제기'나 바루(사찰에서 승려가 쓰는 공양그릇) 제작솜씨을 꼽으라면 전국에서 최고다.

국내 유일의 국가지정 전통목기 기능 전승보유자(2002년 지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에게 추석은 항상 남다르다.

김 옹의 작업장은 경부고속도로 신탄진 나들목 인근 주택가 뒤에 위치했다.

첫 눈에 들어 온 그의 작업장은 예술작품을 만들어내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화려하진 않다. '고려공예사'라는 작은 간판이 없다면 '텃밭 속 비닐하우스'로 오해하고 지나칠 만큼 소박하다.

그는 이곳 작업실에서 계승자인 장남 용오(43)씨, 부인 오옥선(63)씨와 함께 전통 제기를 만들어 낸다.

김 옹과 용오씨가 나무를 자르고 깎노라면 다른 한편에서 부인 오씨가 정성스레 사포질을 하고 옻칠을 한다. 제기를 만드는 손길이다.

김 옹은 요즘 아침나절부터 저녁까지 손을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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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이맘때면 입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주문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제기는 완성 되기까지 많게는 3년 동안 102번의 손질이 필요하다.

지리산이나 영동에서 직접 구해 온 나무를 1년에서 3년간 비바람· 눈비를 맞히며 자연 건조시킨 후 깎아내서 45일에서 어떤 것은 3달간 10번 이상의 옻칠을 반복해 제기는 탄생한다.

"물건 안 나간다고 걱정하지 않아. 그런데 걱정할 여유 있으면 제기 만드는 데 더 신경써야지. 그게 오히려 맘도 편하지…."

불황이 오히려 덕암에게는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장인의 '눈대중'에 의한 순수 수작업이다 보니 만들어내는 그릇은 어느 것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 하지만 일반인의 '눈대중'으로는 하나같이 정교한 틀에서 탄생한 듯 가지런하다.

김 옹은 50여 년간 돈을 먼저 받고 물건을 내준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한다. '받아보고 결정하라'는 뜻이다.

그래도 김 옹의 제기는 일반 제품보다 2배 이상 값을 쳐준다. 중국산이 홍수를 이루지만 여전히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이라고 예전 같지는 않아…. 그래도 내 새끼 같은 것들이 조상님 상에 오른다고 생각해 봐 이만한 때가 또 있나"

그의 따듯한 가슴과 손 끝에서 탄생한 작품 덕에 올 추석 차례상도 여전히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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