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보 궁중음식문화협회 평생교육원 이사장

▲ /사진=김대환 기자
오이선의 선은 한자로 '膳'이다. 선(膳)은 반찬을 뜻하기 때문에, 오이선이란 오이로 만든 반찬을 의미한다. 오이선에 대한 반가(班家) 조리서의 최초 출현은 1800년대 말경의 '시의전서'로서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오이선-어린오이를 통째로 남과선(호박선)하듯 쪄서 한다'

호박선과 같이 양념해 만들되 불에 익힌다는 이야기이다. 오이선의 구체적인 조리방법에 대한 기술은 1923년에 쓰여진 이용기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 처음이다.

'늙지 아니한 오이를 꼭지를 따고 정히 씻어서, 물 1사발과 초 1사발을 섞어 여기에 오이를 넣고 삶아 오이가 물러지면 꺼내어 채반 위에 놓았다가 꾸득꾸득하게 말린다. 이것에 다진 마늘과 소금을 넣고 질그릇에 넣었다가 먹는다.(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오이선은 촛물에 삶아 데쳐내어 말려서 마늘양념과 소금을 넣고 질그릇에 저장했다가 먹는 일종의 저장 가공 반찬인 데 반해 '시의전서'의 오이선은 호박선 하듯 찐다 했으니 이 양자는 사뭇 다른 반찬임을 알 수 있다. '시의전서'의 오이선 조리방법을 알기 위해 호박선 조리방법을 살펴 보도록 한다.

'남과선(南瓜膳)-애호박 주먹만한 것을 쪼개어 어슷어슷하게 등쪽을 에서 푹 찐다. 소고기는 곱게 다져서 파·마늘·후춧가루·참기름·꿀 등의 양념을 넣어 볶는다. 표고버섯·느타리버섯·석이버섯은 채로 썬다. 달걀도 기름에 지져서 채로 썬다. 고추도 채로 썬다. 소를 호박 에인 사이로 잘 넣고 그릇에 담아 백청(白淸, 꿀)을 탄 초장을 끼얹는다. 고추채·석이버섯채·달걀지단채를 위에 장식해 얹고 잣가루를 많이 뿌려 쓴다(시의전서)'

사진상의 오이선은 바로 '시의전서'의 '남과선'을 차용해 오이선 조리법에 적용시킨 것이다. 어린오이를 절반으로 갈라 어슷어슷하게 등쪽을 칼로 져며내어 소금에 절였다가 씻어 헹구어 낸 다음 물기를 꼭 짜서 기름에 살짝 볶는다. 채로 썬 소고기와 표고버섯을 양념해 볶고 달걀은 지단을 지져 채로 썰며 고추도 채로 썰어 소로 만들어 이 소를 색 맞추어 오이 에인 사이로 잘 넣고 그릇에 담아 꿀을 탄 촛물을 끼얹어서 잣가루를 뿌린 것이다.

사진상의 오이선 조리법과 '시의전서' 조리법과의 차이점은 삶은 대신 소금에 절였다가 볶아낸 것과 초장 대신 촛물을 끼얹은 차이가 있다.

이렇듯 우리가 반가음식의 하나로 알고 있는 오이선은 그 처음 출현이 1800년대 말로서, 오이반찬을 뜻하는 것에서 출발한 것으로 삶거나 데쳐서 하는 전처리 과정을 거쳤던 조리방법은 그후 100년 동안 조리방법의 변화를 보여, 소금물에 절여다가 살짝 볶아내는 전처리과정을 채택해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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