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문화레저부 부장

한 국가 한 민족이 흥했다가 쇠하는 과정을 소상하게 기록한 것을 역사라고 말한다. 국가와 민족도 사람이 만든 것이기에 한때 영화를 누렸으면 반드시 그늘이 지기 마련이다.

성자필쇠(盛者必衰), 일치일난(一治一亂)이라고 말한다. 한 번 잘 다스려졌다면 한 번은 반드시 어지러워지기 때문에 역사는 수레바퀴 모양처럼 돈다는 것은 영원히 잘되는게 없다는 교훈을 준다.

'로마제국쇠망사'를 쓴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이 책의 첫권을 1776년에 내놓고 마지막 권은 1788년에 출간했다. 이 때 유럽은 격동의 시기였고 많은 사람들은 방황하고 불안에 떨던 시기였다. 프랑스는 혁명이 무르익어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휩쓸었고 미국은 독립전쟁이 막 끝날 때였다.

영국은 미국의 독립전쟁에서 패퇴하여 최대의 식민지를 잃어버리는 시기였기에 지도자들은 신념을 잃은 채 방황하고 국민들은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던 시기였다.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던 영국의 어지러운 사회현실이 에드워드 기번으로 하여금 불후의 명저가 된 '로마제국쇠망사'를 쓰게 만들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자칫 잘못하면 영국도 로마제국의 운명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많은 영국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정신 차려야 한다고 수없이 다짐했을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이 망한 원인을 국민의 정신적 쇠퇴에서 찾고 있다. 검소하고 질박한 기풍을 잃어버린 국민과 그런 국민들과 야합하는 경박한 지도자들이 만나면 쇠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은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알 때가 치열한 반성을 하고 깨우치는 시기가 된다는 것을 옛 사람들의 현명한 발자취에서 깨달으며 살아간다. 역사학자 기번의 건강한 정신의 소산인 '로마제국 쇠망사'가 영국 사람들을 반성케 했고 경박해진 국민과 지도자들은 중후(重厚)하고 근엄하게, 확신에 찬 사람으로 바꿔 정신적 쇠퇴를 막았을 것이다.

그 결과 영국은 프랑스군을 워털루 전투에서 격파했고 나폴레옹을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 귀양 보내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건설하여 세계를 제패했다.이와는 달리 미국의 지식인들은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권력의 유혹앞에서 허물어지는 인간의 약점을 보았다.

언젠가 신문 해외 경제란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왔던 포드와 GM이 신용평가 기관인 스테더드 앤드 투어스(S&P)에서 회사채(會社債)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으로 판정받았다.

정크본드(junkbond), 이를테면 막가는 주식, 형편없는 주식, 쓰레기나 값싼 고깃덩어리를 가리키는 정크(junk)란 말은 GM이나 포드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치욕으로 들렸을 것이고 미국의 자동차 산업계나 관계자들은 얼굴을 들지 못할 만큼 수치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1945년 일제의 억압에서 풀려날 때, 미군들이 맨 처음 타고 들어온 자동차는 포드와 GM 마크가 새겨진 것들이었다. 구부러진 쇠막대를 들고 자동차 앞쪽에 정착된 엔진을 힘껏 돌려 시동을 거는 모습을 보아온 우리들은 운전석에 앉아 편안하게 열쇠를 돌려 시동을 거는 미군을 보고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성능좋고, 모양새가 좋아 세계를 세계를 휩쓸던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의 주식이 썩은 고깃덩어리처럼 버려지는 것을 보고 '한때 영화롭던 것은 반드시 쇠퇴해 간다'는 옛 글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나 경제에 있어서 정신의 쇠퇴가 가장 경계해야 될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오늘의 우리나라는 어떤가.

검소하고 소박한 기품, 확신에 찬 근엄한 태도가 경박해진 정신을 바로 잡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희망이 있다.남에게 기대거나 탓을 하지 않는 사람, 책임과 의무, 명예에 투철한 사람, 앞을 내다보는 눈이 있는 지도자들이 있다면 건강한 사회는 유지되고 역사는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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