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고유가 대비·지구환경문제·에너지안보·이산화탄소 및 에너지 전쟁.

이런 낱말들이 우리에게 이제는 낮설지 않다. 세계는 제한된 에너지원(석유·석탄 등) 확보를 위해 국가간 전쟁도 불사하며 생존차원의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또 영화 'Tomorrow'처럼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각종 기상이변은 미래의 일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03년 이라크 침공과 지난해 남아시아 쓰나미로 16만명 사망, 연일 40도가 넘는 살인적 폭염으로 비상사태 선포 등을 통해 이미 경험하고도 있다.

인류는 이런 양면성이 있는 두 문제를 해결키 위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과 교토의정서를 채택, 자연스레 에너지와 지구환경 문제에 경제개념을 도입하면서 21세기 에너지·환경 전쟁을 경제전쟁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동안 수치화가 힘들다는 이유로 경제적 외부효과로 간주했던 환경가치 개념이 일대 변화를 겪는 셈이다.

이런 흐름의 중심엔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줄이면 돈을 벌 수 있고, 과다배출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국가경쟁력과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요소로 등장한 것이며, 글로벌 기업들은 저마다 온실가스저감기술개발,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생산, 친환경적인 제품개발 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호주의 재생 에너지 발전기 생산업체 '노베라' 설립자 스케이스브룩은 3년 전 투자자를 찾아 각국을 헤맸다. 영국의 한 은행에서 간신히 융자를 얻어 사업을 시작했지만 자금이 늘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투자자가 밀려들기 시작했고 투자액은 올해만 530만파운드(약 98억원)에 달할 정도다. 세계적 전자제품 제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신생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청정에너지 투자가 붐을 이루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최근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태양광과 풍력, 연료전지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 3대 청정에너지의 세계시장 규모는 2002년 95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서 2004년 160억달러로 급성장했다고 한다.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영국의 청정에너지 시장은 투자 규모가 매년 약 30% 늘어나고 있다. 청정에너지 산업투자에 불을 댕긴 것은 거대 기업들의 친환경 에너지 조달계획과 글로벌 기업들의 연이은 투자·조달 결정이 청정에너지 시장에 대한 투자가들의 신뢰를 크게 높였다.

GE는 2010년까지 대체 에너지와 환경기술 분야에 1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통신회사 BT는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전력 100%,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전력의 5%를 재생이나 친환경 에너지를 통해 수급할 계획이다. 영국계 은행 HSBC도 전 세계 2000개 지점에 재생 에너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환경만을 위해서 이런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사업은 환경을 생각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거기에 소비자들과 긴밀한 관계로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기술개발로 파급되는 효과를 감안하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사회와 각국 정부의 규제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교토협약이 지난 2월 발효했으며,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 1월부터 국가별로 배출이 제한된 온실가스 거래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과 EU,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진영을 나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부차원의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사이 GE이나 토요타 등 대기업과 각국의 국책연구기관들은 이미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기술개발 경쟁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녹색경제시대'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규칙을 만드는데 치밀한 계획으로 선진국에 대응해야 하며 기업들은 경기에 임하는 선수와 같이 친환경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 미래환경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즉 정부는 우리에 유리한 경기규칙을 만들기에, 경기에 임할 선수 '기업'은 아직 경기 규칙이 명확치 않더라도 운동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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