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주물러 삶을 빚는다

? ?
?
? ?
?

?? 20여년 외길 어두운시대 조명
?? 흙의 원초성에 시대정신 구현

청주시상당구주성동에 위치한 도예가 김만수씨의 작업장인 도림공방, 넓고 높은 공간 여기저기에 다양한 형태의 토우들이 배치되어 있다. 일그러지고, 뒤틀리고, 잘려나가고, 매달린 인체들은 마치 울부짖고 분노하고 신음하는 분위기를 발산한다.

토우작가 김만수씨. 그는 흙을 빚고 인체를 만드는 기량에 탁월하다. 때로는 바람결 처럼 부드럽고, 때로는 소리치며 안으로 응축되고, 혹은 폭발할 것 같은 표현의 솜씨. 장인의 손길과 숨결을 느끼게 한다.

청주대 공예과와 동대학원을 나와 20여년간 흙작업에 매달려온 김씨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확고한 자부심을 보여온 작가다.

초기 그림으로 시작해 대학시절 공예의 조형을 충실하게 익혔고, 거기서 자신의 기량을 닦았다. 그러나 그의 본령은 뭐니뭐니해도 인체이고 그중에서도 흙으로 빚어내는 토우이다.

김만수의 토우는 일단 크기가 작다는데서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러나 메시지는 훨씬 강한 느낌을 유발시킨다. 말하자면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는데 내용은 크고, 압도적이다.

그는 삶의 체험적 질료를 중시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속에는 우리시대의 인간적 꿈, 우리 자신이 간과하고 상실해온 꿈이 끈적끈적하게 깃들어 있다. 마치 우리들 자신의 벌겨벗겨진 자화상 같다.

일그러진 표정의 모습이나 분노의 목소리를 외쳐대는 모습 등 그가 만들어낸 형태들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재확인하고 암울한 시대의 한가운데에 서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는 토우라는 하나의 형상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며 토우에 대한 대중적 접근을 용이하게 해온 작가다. 인간 내부 어디에선가 감추어져 왔을 인간 본연의 원초적인 감성을 소박한 토우를 통해 일깨우며 그것을 하나의 공감적인 작업의 지평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흙의 자연스럽고 질박하기 짝이없는 재료와 그 형태의 축소화를 통해 우리의 본능에 잠재되어 있을 일련의 닫혀진 심성을 여는 계기로서, 기억을 새삼스레 떠올린다.

? ?
더우기? 재료에 있어서 토우만을 고집한 것은 흙이 갖는 원초성이 그의 정신주의에 부합되는 때문일것이고,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시대적 정신을 구현하는데 더할나위 없는 좋은 재료이기도 했을 것이다.

김만수는 작품의 완성도에만 매달리는 공예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인물의 개별성의 파악보다도 민중의 공통적 삶이 갖는 힘과 정서, 애환과 신명의 일반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제주 4·3사건 당시 이름없이 스러져간 3만명의 원혼을 토우로 형상화하는 작업은 흙의 재질적 특성에 그의 능숙한 터치가 잘 어우러져 한층 강력한 표현성을 발휘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단순한 토우만을 빚어내는데 머물러 있기만 한다면 평범성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생활공예에서 부터 직지의 형상과 미륵을 모각해 보이면서 새로운 토우조형을 흙작업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그의 작업적 노력은 그의 작품과 조형정신을 통해서, 그리고 요즘 병행하고 있는 청주체험형박물관 운영을 통해서도, 우리의 일천하고 빈약한 공예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놓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