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호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장

한국의 건설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의 붕괴 참사를 기억하는 국민들은 우리나라를 건설 기술의 후진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감히 생각지도 못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으니 그 기술력을 의심할 만하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의 건설기술력은 세계 무대에서 우수한 수준으로 분류된다.

한국의 건설 기술은 건축과 토목 어느 한 분야에서도 뒤지지 않는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리비아의 대수로공사는 우리의 건설기술을 세계에 과시한 엄청난 프로젝트였다.

건축분야에서도 한국의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어 세계 주요도시에 초대형 건물 중 순수한 한국 기술력으로 지어진 것들이 부지기수다. 세계인들은 우리 한국인들의 야무진 손끝에 찬사를 보내고 있고, 억척스럽게 일하는 모습에 감탄을 연발한다.

세계 각국 중 한국의 건설 기술을 필요로 하는 나라는 의외로 많다.

거기에 비해 세계 시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너무 소극적이란 생각을 많이 해본다.

지금까지 해외에 진출해 건설사업을 벌인 기업은 몇몇 대형 건설사에 국한된다.

극소수 회사를 제외하면 해외 건설시장에 너무도 관심이 적었고, 정보가 어두웠던 것이 사실이다.

수년전부터 국내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관 발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중견 건설사들 중 일부가 해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주택보급율이 상승하고 택지 공급의 부족이 심화되며 주택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등 건설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현실도 중견 건설사들로 하여금 해외로 눈을 돌리게 했다.

때맞추어 우리 대전시는 아프리카 알제리에 경제협력단을 파견하여 건설산업의 진출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우리 지역의 건설사 중 계룡건설이 러시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주택사업을 벌일 준비단계를 마쳤고 동일토건도 베트남에서의 주택시장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선두권 업체가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이들 외에 다른 건설사들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해외건설시장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우리의 건설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건설시장은 발주 물량은 날로 줄어드는데 반해 경쟁업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불안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주택보급율 100%를 달성한 데다 인구 증가도 멈춰서기 시작해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주택시장도 이전과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국내 건설업계가 살길은 무엇인가.

필자는 해외진출을 통한 활로 모색만이 우리가 찾아야 할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미지의 세계에 뛰어든다는 것은 물론 큰 두려움을 동반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지금의 상황으로 미루어 어느 기업이 먼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라질 수 있다.

70년대를 통해 열사의 나라 중동에 건설 역군들을 파견해 이들이 벌어들인 외화로 경제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주지하고 있다.

다시 한번 우리 건설 역군들이 나서야 할 시점이다.

30년 전 몸으로 부딪히는 형태로 건설산업에 참여했다면 이제는 당당한 기술력으로 다시 한번 우리의 저력을 과시할 때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누가 더 앞선 정보를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누가 한발 앞서 무궁무진한 해외시장에 나설 수 있느냐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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