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곤

얼마 전 열대야를 피해 심야영화를 한 편 보러 아내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오랫만에 찾는 영화관이라 생소한 풍경도 많고 더러는 연애할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낯익은 풍경도 있었다. 순번 대기표를 들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영화 시작 10분을 남기고 겨우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아내는 내가 표를 끊는 사이 팝콘이며 음료수며 먹거리를 챙겼다.

검표를 마치고 영화관으로 들어서다 화장실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먹거리와 가방을 두 손에 들고 아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내는 좀처럼 나올 줄 몰랐고, 나는 영화가 시작하지는 않을지 초조한 마음에 어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아내가 매캐한 담배연기와 함께 화장실에서 나왔다. 이유인즉 모두가 같이 쓰는 영화관 화장실에서 젊은 여성 한 무리가 들어가서 담배를 피우며 나오지를 않더라는 것이다.

검표를 마친 후라 모두들 입구에 있는 작은 화장실 밖에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다른 사람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쓸모로만 공중화장실을 점유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중화장실은 금연구역이 아니던가. 우리 부부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돌아섰지만 아내에게 밴 담배냄새가 집으로 오는 내내 우리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