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칼럼]이안구 충주 봉국당한의원 원장

세상의 문명은 교통의 발달에 정비례해 상잡(相雜·서로 혼합되는 현상) 지수가 높게 마련이다.

문명의 상잡현상은 또 파스칼이 '수면에 더하여지는 압력과 그 압력의 전달방식'을 설명하듯 말해질 수도 있다.

이제는 제법 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못해 열대야 때문에 편안한 단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가 됐다.

이럴 때 시원한 청량음료를 찾게 되는데 우리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즉 웰빙에 좋은 음료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간혹 친구나 이웃, 방송국으로부터 여름철 건강에 유익한 차의 종류에 대한 문의나 방송요청을 받다 보니 혼자만 알고 있기가 아까워 여러 사람들에게 제호탕이라는 우리 전통의 한방 청량음료를 소개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청나라 연경(燕京)으로 향하던 중 삼복더위와 노정(路程)에 지쳐 더위를 먹게 된 연암 박지원 선생은 그의 일기에 "더운 기운이 찌는 듯하여 배앓이를 하고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이마에는 땀이 번지면서 허기가 들고 기운이 지친다. 나는 양매차(楊梅茶)를 한사발 사서 겨우 목을 축였다. 달콤하고 시큼한 맛이 우리나라의 제호탕과 비슷하기도 하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제호탕, 그러면 제호탕은 어떠한 것인가? 그것은 한약(韓藥)이요, 또한 고래(古來)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청량음료인 것이다.

일설로는 주로 민간보다는 궁중에서 마셨다고 한다.

한방에서의 생맥산과 같이 더위 먹은 데도 좋고 장염, 설사, 이질, 토사곽란, 식욕 부진, 소화불량에도 좋다.

본방은 한방고전에도 엄연히 소개돼 오건만 오늘날 이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시중의 일반청량음료보다는 약간 가격이 비싸지만 풍미의 고상함이나 건강의 유익함을 따지는 요즘 웰빙(참살이) 시대에 여타의 청량음료에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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