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민들 열대야 나기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리면서 선풍기를 틀어도 흐르는 땀이 멈추지 않는 열대야.전기료는 다소 나오더라도 시원한 바람을 뿜어내는 에어컨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빠듯한 살림에 선풍기와 부채가 무더위에 대항할 무기의 전부인 서민들에게 열대야는 잠 못 이루는 짜증스런 밤일 뿐이다.한 여름밤 푹푹찌는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릴 방법은 무엇일까?

▲ 충청지역 낮 최고기온이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20일 밤 대전 갑천변을 찾은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전우용 기자
지난 19일 밤 10시 갑천 둔치.

가족·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답답한 방안을 벗어나 '하천 피서'를 만끽하고 있었다.

삼겹살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에서부터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가족, 안방인 양 잠을 청하는 노부부에 이르기 까지 무더위를 잊기 위한 시민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은 하천 고수부지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노느라 신이 났다. 아내와 함께 찾은 이모(55·대전시 서구 만년동)씨는 "집에 있자니 덥고 갑천은 공기가 좋아 종종 찾는다"며 "요즘같이 열대야가 지속되는 날은 갑천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하천 둔치 한 곳에 텐트를 친 고모(36·대전시 서구 내동)씨는 "갑천이 집에서 좀 멀지만, 아들과 함께 독서 삼매경에 빠지니 더운 줄도 모르겠고 놀러온 듯한 기분"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운동을 통해 땀을 흘리는 것으로 무더위를 이기는 이열치열족도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와 안전장비로 무장(?)한채 조명아래 엑스포 남문광장에서 경기라도 하듯 씽씽 달리는 동호회원들, 딸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겨주는 아빠의 모습이 마치 한겨울 스케이트장을 연상케했다.

평소에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황모(30·대전시 중구 용두동)씨는 "바람을 가르며 달리다 보면 더위쯤은 금새 사라진다"며 "요즘처럼 열대야가 지속될때 이열치열로 운동하며 더위를 잊으려는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귀뜸했다.

밤 11시를 훌쩍 넘긴 시각, 할인점에는 심야쇼핑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됐다.

주부 조모(51·대전시 서구 월평동)씨는 "저녁에 운동을 한 후 집에 가봤자 더울테고, 쇼핑도 하고 더위도 피할 겸 24시간 운영되는 쇼핑몰을 찾았다"며 나름의 피서법을 소개했다.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조씨와 같이 올빼미쇼핑족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같은 시간 쇼핑할 일도 없고 갑천변을 찾는 것마저 귀찮아 하는 사람들은 극장을 찾아 '시네마 피서'를 즐기기도 했다.

CGV대전점은 방학에 열대야 특수까지 겹쳐 예매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친구들과 함께 온 김모(24·대전시 중구 대사동)씨는 "더운 집에서 스트레스 받느니 냉방이 잘되는 곳에서 데이트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 떨기엔 극장만큼 편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한밤에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로 대전지역 곳곳에서 벌어지는 열대야와의 전쟁은 자연속에서 더위를 이겨내려는 우리 서민들의 소박한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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