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역사 찾아 과거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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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것'에 미친 사람이 있다.

직장도 내팽개치고, 10여년째 문화재와 함께 하면서 틈만 나면 '우리것'을 보기 위해 산과 들로 향하니 미쳤다는 표현은 전혀 과장된 것은 아닌 듯하다.

바로 대전 문화유산해설사 임헌기(48) 씨 이야기다.

깡마른 몸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임씨.밤낮 없이 산과 들을 쏘다니기 때문에 살 찔 여유가 없고, 한치의 타협 없이 우리 것을 지켜가야하기 때문에 눈은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듯 했다. 복장은 마음만 먹으면 산에 곧바로 오를 수 있도록 언제나 등산화에 등산복 차림이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우리의 현재는 어느순간 생긴게 아니라 과거 수십만년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입니다. 그런데 미래는 과거를 통해 제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대전에서 태어난 임씨가 문화재와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부터.

소년 임헌기는 부유했던 친구로부터 삼국유사 2권을 졸업선물로 받으면서 '과거'에 대한 매력에 빠진다.

"그 책을 너무 많이 봐서 대학에 입학 때는 책을 다시 사야 했죠."

대학을 졸업하고 한 건설업체에 취직한 그는 8년여간 직장생활을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문화유적을 찾아다니긴 했지만 그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그러던 1995년 "진짜 하고 싶은 것 하겠다"는 마음으로 사표를 내던졌다."어려웠죠. 당시엔 문화유적 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없어 결정도 어려웠고 주변 반대도 있었지만, 정말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후로 현재까지 혼자서 가는 답사는 매주 2회 이상, 단체 답사는 매주 1회 가량 다녔다.

그렇게 10년을 다녔으니 "대한민국의 지정 문화재는 다 봤다"고 하며 "읍과 면소재지까지 밟지 않은 곳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10년을 돌아다닌 덕분에 매년 자동차로 10만㎞씩 타고 다녀서 벌써 차량만 3대를 바꿨고,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60기가에 슬라이드 사진은 4000장이 넘는다.문화유산을 너무 사랑하는 그이기 때문인지 정부나 지자체의 문화재 관리 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은 듯했다.

"예를들어 '대전시사'의 경우 구술만 모아놓고 현장 확인이 안된 경우가 있습니다. 전설이 나온 현장이 뒤바뀌는 등 엉터리 기록도 있습니다. 또 지정문화재보다 비지정 문화재가 많은데, 이런 것들은 개인이 관리하거나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전시의 문화재 정책에 대해서는 "길게 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박물관 문제를 예로 들었다.

"대전지역 유적발굴은 대부분 외지기관이 맡고 있습니다. 발굴 유물은 조사기관이 가져가기 때문에 대전 사람이 대전지역 유물을 볼 수 없습니다. 앞으로 발굴될 것들도 마찬가지이고, 무엇보다 대전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는 점 등 때문에 박물관은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박물관이 다른 가시적인 것들에 순위가 밀려 아쉽다"고 덧붙였다.

임씨가 대전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화유적은 무엇일까.

"유형문화재는 대전의 고인돌을 꼽고 싶고, 무형으로는 회덕 황씨의 미륵원에 담긴 대전의 정신을 꼽고 싶습니다. 대전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13개의 고인돌이 있고, 비지정된 고인돌은 30개에 달합니다. 괴정동과 갑천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고인돌을 볼 때 과거 대전에는 세력이 강하고 문화가 번성한 사람들이 살았던 것같습니다. 그리고 미륵원은 려말선초 회덕 황씨가 만든 무료 숙박기관입니다. 대전의 나눔과 봉사의 정신 등이 잘 나타난 것이죠."

사람들이 문화재를 대하는 '눈빛이 달라질때 보람을 느낀다'는 임헌기 씨.

비록 남보다 편한 길을 걷지는 않지만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문화재를 찾아 다니고, 그것을 알고 사랑하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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