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훈 청주 은파교회 목사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이 말의 뜻은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이라는 뜻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욱 도덕적이고 정직해야 하고 사회에 더 많이 헌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많이 배운 사람은 배움을 통해 터득한 지식을 가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섬겨야 하고, 기업을 크게 일으켜 많은 돈을 가진 자들은 그 돈을 함께 수고한 노동자들과 나누어야 한다. 나아가 사회를 위해 의미 있게 써야 하며, 높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소외되고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낮아지고 헌신할 때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최근 '수해 골프'로 네티즌들의 성난 목소리에 곤혹을 치르고 있는 이해찬 총리를 볼 때 아쉬움이 많다.

아무리 오래 전에 예약된 골프 회동이라고 할지라도 호우주의보와 경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굳이 골프를 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들의 소리이다.

제주도에서도 휴대전화를 통해 수해대책 지시가 가능하다고 해명한 총리실의 발언이 더욱 국민들을 분노케 한다.

총리가 재해대책위나 지시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하며 팔을 걷어붙이고 수해를 당한 국민들에게로 찾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당연한 것이 아닌가. 어려움을 당한 불쌍한 국민들의 아픔을 감싸안고 함께 울어 주어야 하지 않는가?

지난해 비 피해도 아직 복구가 안 되어 올해는 어떻게 무사하게 지날 수 있을까 마음 조이는 불쌍한 국민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아쉽다. 적어도 나라를 다스리는 자들이라면 개인적인 삶의 질을 포기하더라도 책임을 맡은 동안에는 헌신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의 한 사람은 부인이 1999년 화천에 있는 땅을 시세보다 4~5배 비싸게 산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 땅의 매도인 정모씨는 후보자 부인이 재직 중인 서울 모 중학교 교장이었다. 결국 지능적으로 돈을 상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화천땅 고가 매입문제에 대해 "오늘 처음 듣는 일이다. 교감으로 승진하기 위해 그것을 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후보자의 말대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제자들을 가르치고 세상에 바른 도덕적인 삶을 보여주어야 할 교사들이 선비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디에다가 자식을 맡겨야 하는가?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한 국적 포기자가 1820명에 달했다. 그런데 그들은 고위공직자의 자손들 혹은 경제인과 지식인들의 자손들이 대부분이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자녀가 가장 많았고, 심지어는 한때 나라를 지키던 장성들의 자손들도 많다. 남의 자식은 군대에 보내도 내 자식은 예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믿고 살 수밖에 없는 우리 국민들이 오히려 답답하고 한심스럽다. 왜 우리는 정말 국민들을 사랑하는 진정한 지도자를 만날 수 없단 말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쉽다. 사람이 한평생을 사는 동안에 많은 지식과 돈과 권세를 가졌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리고 그것을 나누어 줄 때의 행복 또한 어떤가.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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