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향 교향악축제 참여불발, 무엇이 문제인가

<下> 지자체 발상의 전환

최근 국내 교향악단에 낭보가 생겼다. 이제껏 복잡하게 얽혀 왔던 서울시교향악단에 대규모 지원을 통해 정상화시키겠다는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지가 그것이다.

서울시향의 독립 법인화, 전용 홀 건립, 단원 처우개선 등 파격적 지원이 국내 음악계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한다. 그만큼 서울시에서 내놓은 여러 가지 해결 방안은 현실적으로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지역 교향악단의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상임지휘자 부재, 타 지역에 비해 뒤떨어진 연주력, 단원들의 열등감과 패기 부족으로 인한 교향악축제 불참 사건(?) 등은 충북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의 현주소가 이렇듯 정체 내지는 퇴보를 거듭해 왔음을 단박에 알 수 있는 사실들이다. 판단과 각자 나름대로의 처방이 분분하지만 그야말로 청주시민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내버려져 있는 느낌이다.

30여년의 창단 역사를 자랑하는 청주시향이 왜 아직도 수준에 맞추지 못하고 있는지, 이러한 현실은 지방자치제 이후 문화 바람이 거세게 불며 앞을 다투어 공연장을 건립하고 산하 예술단체들을 출범시키고 있지만 왜 건물이 필요하며, 왜 예술 집단이 필요한지를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맥락과 일맥상통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만을 앞세워 제대로 운영도 못하면서 정상급 협연자나 지휘자 영입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문화라는 단어의 치장을 위해 교향악단이 들러리 역할을 해서는 안 되며 교향악단을 품고 있는 해당 시는 이제 문화를 경제 논리, 정치 논리로 따지지 말고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지역 음악인들은 "음악적인 능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이런 현실을? 가능케 하는 구심점을 맡을 지휘자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교향악단 자체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당연히 그것은 지휘자다. 여하튼 지역 교향악단에 지휘자 부재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지휘자가 지휘를 해도 기본적인 실력을 발휘하는 오케스트라, 충분한 후원으로 경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교향악단, 그래서 어떠한 환경에 처하더라도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연주자로서의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비로소 존재가치가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30여개 교향악단 중 상임지휘자가 공석인 곳이 약 8~9곳에 이른다. 10여곳이 되었지만 최근 부산과 서울시향이 각각 지휘자를 영입하면서 그 수를 다소 줄였다.

예술단에 수반되는 예산은 열악하고, 너무 연주가 잦으면 청중 확보에 문제가 있어서 어려워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 현재 지역 교향악단이 상임지휘자를 위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면 청주시향의 위상 저하가 왜 지휘자와 못난 단원 탓인가.

지휘자와 관계없이 청주시가 이번 청주시향의 교향악 불참을 계기로 거듭나는 특단의 조치를 이루어 내지 않고는, 1년에 몇 번 정기연주회만으로는 변화를 이룰 수 없다.

시립교향악단이 지휘자 부재 문제를 해결하고, 재도약하려면 오케스트라의 재정적 자립도와 참신한 기획으로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 줄어드는 클래식 인구를 끌어모으고 제대로 된 운영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케스트라가 악기인 지휘자들에게 평생을 바쳐 자신의 일에 충실하게 해 주는 길, 이것만이 더 이상의 청주시향 상임지휘자 공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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