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움과 열정의 조화

▲ 브라질 상파울루 전경.
상파울루는 삼바축제와 축구가 떠오르는 정열의 나라 브라질의 남동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이 나라의 가장 큰 도시이며 또한 남아메리카 최대의 도시로 면적은 1500㎢, 인근 도시를 포함한 광역인구는 1800만여명이나 된다.

회색빛의 도시 상파울루는 왕년에 한가닥 했음직한 나이 지긋한 노인네가 수다스런 아가씨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여유로움과 떠들썩함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라고 볼 수 있다.

포르투갈은 1500년경에 브라질을 발견 했을 때 큰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금광이 발견된 후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급속한 지역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19세기 초 브라질의 독립과 함께 커피농사를 통해 상파울루는 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되면서 20세기 초에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이 도시를 더 팽창시킴에 따라 오늘날의 상파울루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급격한 성장과정에서 충실한 '도시계획'에 의해 미래를 잘 예측하면서 몰려드는 인구를 받아들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도시가 상파울루이다. 일부 활용도가 높은 중심지역은 계획적인 개발이 되었지만, 그 외의 지역은 그냥 무임승차한 느낌이다. 무계획의 뒤로 무질서한 건물이 뒤따라 들어와 과대하게 주저앉아 버림으로써 도시의 관리가 어렵게 된 경우는, 사돈 남말 할 것 없이 우리 도시의 경우도 실제로 많다.

그러나 과대과밀이라는 것은 절대량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나타나는 상대적 판단이기 때문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여하튼, '선 계획 후 개발'은 도시계획책 첫머리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상황에 밀릴 때도 많으니 그럴수록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 도시에서 얻는다.

주민들은 포르투갈계, 독일계, 에스파냐계, 동유럽계 등 여러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그냥봐서는 어디서 온 인종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브라질 문화는 열대 다원문화주의로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혼화된 상태에서 나오는 정열적인 혼합문화 예술이 상파울루의 매력이다. 상파울루는 경제 중심지뿐 아니라 문화의 중심지로서도 시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관광자원은 별로 없지만, 곳곳에 전 세계의 문화가 비빔밥처럼 섞여 있어 참 흥미로운 도시이다.

상파울루는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큰 칼로 저며먹는 요리가 있는데 육질이 부드럽고 참 맛있다. 상파울루 예술관(MASP) 주변과 시내 몇 가운데 공원 주변에서 벌어지는 떠들썩한 벼룩시장에 가보면, 이국정취가 듬뿍 담겨있는 물건들이 싼가격으로 기다린다. 목걸이, 귀고리, 가죽제품, 보석류, 무슨 악기 등 구경하다 보면 시간가는줄 모르니 들르는 게 좋다. 친절하고 선량하게 생긴 그네들의 인상으로 인해 부르는 것보다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좋은 도시는 인심도 후한 법이니, 우리도 세계의 도시와 어깨를 견주고 그들과 공존 또는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제시민답게 이제는 외국인들에게 좀 '친절'해야 하지 않을까. '그놈의 도시 다시는 안 간다'는 얘기를 굳이 들을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유 상 혁 (공학박사/도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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