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말다툼끝에 내연녀를 잇달아 살해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30대가 청주에서 검거됐다는 보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1994년 자신에게 반말한다는 이유로 내연녀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후 사체를 인근 농로에 유기한 것을 비롯해 올해 3월과 지난 2일에도 내연녀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방어능력이 취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홧김'에 살인행각을 벌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인명경시 풍조가 극에 달해 있음을 또다시 절감하게 된다.

더욱이 그는 성폭행 사건을 저질러 교도소에서 3년6개월간 복역하는 수법으로 좁혀오는 경찰의 수사망을 따돌리는 치밀함을 보였는가 하면 자신의 원룸에서 살해한 시체와 4일간 동거하는 엽기적인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적 증오심 때문에 20명을 죽이고 사체 11구를 손괴 및 유기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에게 사형이 선고된 것도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도대체 우리 사회의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부터 손을 써야 우리 사회가 정상궤도로 복원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문제의 근원이 도덕성 부재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회 곳곳에서 넘쳐나는 부정부패와 각종 편법, 가정을 팽개친 불륜행위의 횡행, 성장기 유아와 청소년에게 인간존중의 품성 함양보다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교육 풍토 등 정도(正道)에서 날로 엇나가고 있는 현 세태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정과 사회, 정부 모두가 도덕적 가치회복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경찰의 치안능력 부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사건도 살해 용의자가 주변인들에게 범행을 털어놓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던들 12년 전과 마찬가지로 미제사건으로 분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수사를 이루겠다는 경찰의 의지는 도대체 언제 실현될 것인가. 시민들이 범죄의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반성하면서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체계의 허점을 보완하는 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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