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형 대전시의회 의원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았다. 오늘의 우리가 있기 위해 선현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음에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헌데 우리의 어린 자녀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충일이 무슨 날인지 모른다는 언론보도에 낯 뜨거움과 함께 심한 자책감으로 가슴이 미어진다.

어제 없는 오늘이 있을 수 없고, 오늘 없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역사의 순환진리가 머리에 가득해지는 6월이다.

지난해 중국 상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와 윤봉길 의사 거사 장소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임시정부 청사는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었으나 주변의 환경은 아주 좋지 않았다.

정리되지 않은 건축물들과 좁은 골목길에 심난하게 날리는 빨래감들이 수십년 전의 비애를 더욱 안겨주는 듯했다.

윤봉길 의사의 거사 장소는 대형 스포츠 건물이 들어서 당시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지만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그나마 숙연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세워져 있어야 할 기념비는 한참 떨어진 곳에 외로이 서 있었고 그 자리엔 중국인 동상이 대신 서 있었다.

중국에서 그나마 배려해 세워지기는 했지만 왠지 우리의 미약한 관심이 구국의 길에 영혼을 바친 독립투사들에게 죄스런 마음이 들게 했다.

윤봉길은 조국 독립이란 구국의 신념으로 1930년 중국으로 단신 망명하여 김 구 선생을 만난다.

그리고 윤봉길은 1932년 상해 훙커우공원(虹口公園)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일본군의 수뇌들에게 폭탄을 던지는 의거(義擧)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윤봉길은 일본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그해 12월에 처형당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존재토록 하기 위해 자신의 몸과 영혼을 아낌없이 희생한 것이다.

그러한 윤봉길 의사의 우국충정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충의사 현판이 도끼질당하는 사건이 얼마 전에 일어났다.

충의사 현판이 친일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이기에 개인적으로 강제 철거를 했다는 것이 당사자의 변이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하여는 박정희 기념관 건립 계획이 발표될 당시에도 의견이 양극화되어 기념관 건립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되었을 정도로 역사의 심판이 아직은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경제발전을 볼모로 독재를 자행한 면에 대하여 결코 잘했다고 동의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에 대한 평가는 과거를 정확히 알고 올바르게 심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 흔적을 없애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에 당시 잘잘못의 진상을 솔직하게 알려 그들 스스로 판단하게 하기 위함이다. 역사에 대하여 알지 못하면 분노도 못하고 발전도 없다. 파괴를 통한 알림은 구차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충의사는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애국애족 정신을 후세에 알리고 그의 헌신적 희생의 뜻을 기리도록 하자는 곳이다.

현판의 글씨가 문제였다면 그를 공론화 하여 국민들의 합의하에 그에 합당한 글씨를 찾아내 교체를 요구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러한 노력의 힘으로 중국 본토에 건너가 윤봉길 의사의 거사 기념비 위치가 잘못되었다고 소리쳐 역사의 현장을 되찾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현충일마저 잊혀지는 호국보훈의 달에 수 많은 호국영령이 산화한 한국전쟁 기념일이 가슴에 걱정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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