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과 국토 균형발전이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중심축인 행정도시 건설의 발목을 잡으려는 치졸한 작태의 속내는 뭔가. 이는 지난달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 도중 경기도지사가 퇴장하는 사태까지 빚으면서까지 수도권 규제 조기 완화를 요구하는 대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수도권 이용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수도권 일각의 주장은 과거 개발시대 논리인 '불균형발전론'과 너무 흡사하다. 언제까지 지방의 희생을 바탕으로 재미를 보겠다는 심보인가.
행정도시에는 12부 4처 2청만 이전한다. 우리가 본란을 통해 누차 지적했듯 12부는 중앙청사의 교육부와 정부 과천청사의 법무부를 자리바꿈했을 뿐 결국 '과천청사'에 국무총리실을 더한 규모에 불과하다. 서울도 아닌 경기도에 있는 중앙행정기관을 충청도로 이전하는 셈인데도 분도(分都) 운운하는 자체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서울공화국'이라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수도권 이기주의 행태에 전율할 뿐이다.
국론분열만 불러일으키는 소모적인 논쟁은 이쯤에서 끝내고 이제는 무엇이 국가적인 이익인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이기주의로 더 이상 화(禍)를 자초해선 안 된다. 모두가 절제와 냉정함을 되찾고 국민적 합의에 승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