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민여행 실태조사 결과 대전이 '기억에 남는 방문지'로서 15위를 기록한 사실은 충격적이지만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급속한 도시 성장과 '과학과 문화의 접목'을 내세우는 행정체제에도 불구하고 외지인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지 못했음을 반증해 준다. 이른바 '굴뚝 없는 산업'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광사업이 최하위를 기록한 대전과 충북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인상에 남는 방문지 항목에서 최하위권을 맴돈 것도 그러하거니와 방문하고 싶은 지역에서도 충북과 대전은 각각 0.6%, 0.2%에 그쳐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와 인프라 구축, 프로그램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충남은 그나마 이 두 지역보다는 상위를 점하고 있지만 그 역시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천혜의 관광, 역사, 문화자원을 보유한 충청지역 관광이 타 지역에 크게 밀린 현실은 무엇보다도 지자체의 관광마인드 부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반드시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번듯한 외관 확보에만 주력할 필요는 없다. 급변하는 관광수요 동향을 예측하고 그 흐름에 부응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전향적인 의식과 감각이 급선무다.

우리가 가칭 '충청관광공사' 설립을 수차례 주장한 것도 충청권의 낙후한 관광 수준 현실과 무관치 않다. 대전지역에서 기억에 남는 관광지로 계룡산을 꼽았지만 그나마 행정 관할은 충남이다. 대전은 도시문화의 편리함을 극대화한 첨단휴양교육 복합관광지로, 충남은 해안자원과 백제·내포문화권을 포괄하여 역사문화 관광권, 그리고 충북은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과 순박한 인심이 어우러지는 감성 지향 관광특성화 구축에 힘쓸 때다.

관광전문인력 양성, 활용과 주민의 관심 고취, 지자체장의 적극적인 실천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불결하고 어수선한 대전역 광장과 낡고 옹색한 70년대식 버스터미널에 가 보라. 산만하게 흩어진 관광자원과 잠재력을 묶고 다듬어 매력 있는 상품으로 내놓아야 함에도 집 앞 청소조차 제대로 않고 외지인을 기다리는 전근대적인 관광행정 의식에 일대 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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