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투수로서는 최초로 대망의 100승 고지를 정복한 충청인 박찬호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박찬호는 지난 5일 카우프만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등판, 1승을 보태 1994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12년 만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것도 2001년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이후 잇따른 부상 등 기나긴 슬럼프를 극복하고 이룬 갚진 쾌거다. 숱한 시련을 늠름하게 이겨내고 안겨준 '낭보'이어서 더욱 고맙고 대견스럽다.

우리는 2003년 1승3패, 2004년 4승7패에 머물며 현지 언론으로부터 '한물갔다'는 악평까지 받아야 했던 박찬호가 재기하길 간절히 고대해 왔다. 메이저리그에 첫 데뷔했던 1994년 마이너리그로 강등되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지만, 그 이듬해 빅리그에 다시 복귀해 1997년부터 5년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쌓으며 일궈낸 '박찬호 신화'는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올 들어 다양한 변화구와 노련한 볼 배합을 무기로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는 충청인의 끈질긴 근성도 여실히 과시했다.

이제 박찬호는 '코리안 특급'을 넘어 '동양인 투수 최다승'과 '꿈의 200승' 고지 정복에 나선다. 현재의 호조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내년 시즌 후반기 무렵에 아시아 최고기록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물론 철저한 체력관리와 피나는 연습 외엔 별다른 왕도(王道)란 없다. 불혹의 나이에도 전성기를 구가했던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와 '빅유닛' 랜디존슨와 같이 야구사에 길이 남는 결실을 거두길 바란다.

박찬호가 이룬 위업이 일과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우리에게는 국제 스포츠계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더욱 넓혀야 할 책무가 있다. 한류(韓流) 스타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지속적인 성원보다 한순간의 승패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았는지 반성 또한 필요하다. 이들의 뒤를 이을 선수를 계속 길러내기 위한 국내 스포츠에 대한 투자와 지원 또한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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