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충북지사는 지난주 공식 행사가 무려 16회나 잡혀 있었다. 여기에 비공식 행사까지 감안하면 얼마나 행사가 많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단체장들은 광역이나 기초단체를 가리지 않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로잔치서부터 체육대회, 동문회, 등산대회 등 잔치판만 벌이게 되면 으레 단체장 참석을 요구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단체장들은 도무지 자리를 지킬 틈이 없을 정도로 오라는 데도 많고, 갈 데도 많아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고 한다. 요즘 일선 지자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행태는 결코 무심히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민선자치시대에 단체장들이 다양한 형태로 주민들을 접촉하고 위로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또한 주민들이 단체장을 초청, 자기네 행사를 빛내고자 하는 심사도 크게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선거 1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단체장들의 아까운 시간을 뺏는 것도 문제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사전 선거운동 성격의 장(場)을 마련해 준다는 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년 전부터는 각종 규제가 더욱 강화돼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단체장들에게 있어선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체장들의 사전 선거운동 심리는 곧장 선심행정으로 이어질 공산이 짙은 것도 염려된다. 단체장들의 선심행정은 선거법상 제한을 받기 전에 '기득권'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여기에다 단체장들이 장시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 자칫 행정마비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단체장 행사에는 해당 국·과장이 수행하는 것이 관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단체장들이 일할 시간을 뺏기게 되면 그 피해는 곧장 주민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주민들의 성찰과 함께 단체장들도 스스로 의혹을 사는 일은 피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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